'신냉전' 한 발 뺀 유럽?…EU 대중국 투자 오히려 늘어

상반기 EU 투자 15% 증가…중국 상대 수출액도 작년 수준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관계가 악화함에도 EU 기업들의 대(對)중국 투자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EU 기업 등의 상반기 중국 투자는 작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여기엔 BMW가 중국 화천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BMW 브릴리언스 오토모티브(BBA)의 지분을 1분기에 추가로 취득한 것이 일조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최근 투자가 다소 약세를 보였지만, 유럽 기업들은 일부에서 예상한 것처럼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고 있다. 유럽의 상반기 중국 상대 수출액도 작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다.

로디엄그룹의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 대규모 탈(脫)중국 움직임이 없고 기업들은 이미 계획된 프로젝트를 완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U와 중국 간 관계는 지난 수년 사이 악화해왔다. 지난해 신장(新疆)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유럽의회가 EU-중국 간 포괄적 투자협정(CAI)의 비준을 보류했고, 올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중국이 동참하지 않아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게다가 EU의 핵심 동맹인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동맹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면서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가 맞서는 '신냉전' 구도가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EU 기업의 중국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은 것은 우선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다른 국가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단, 올해 들어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돼 생산활동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많은 외국기업은 중국에 계속 있는 것이 실보다 득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BMW는 연초 선양 공장을 증축했고, 아우디는 첫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에어버스는 최종 조립공장 덕에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오히려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로 인해 EU 기업들이 중국 현지 생산망을 확장하는 측면도 있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상황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EU 기업들이 글로벌 사업과 중국 내 사업을 분리하는 '덜 급진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위 현지화 전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고자 현지 공급망과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폭스바겐이 중국 지역 이사회를 설립해 더 많은 자율권을 주고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한 것을 이런 사례로 들었다. 또 외국인 직원 수가 줄고 이익을 중국에 재투자하라는 중국 측의 정치적 압력이 커짐에 따라 중국 내 사업에 대한 EU 기업들의 통제력이 약해지는 점도 EU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지 않는 한 이유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