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증가는 세대 간 공평성 해쳐…재정준칙 도입 필요"(종합)

조세연 콘퍼런스 "재정준칙, 도전적인 목표 아냐" vs "경기 대응 여력 떨어질수도"
기재차관 "재량지출 조정만으로는 한계…의무지출 포함 근본적 재정개혁 필요"
한국의 대외개방형 경제 구조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마련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18일 서울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개최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준칙 콘퍼런스'에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됐다.

콘퍼런스에서는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제1세션과 재정준칙의 바람직한 설계 방향을 논의하는 제2세션이 각각 열렸다.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은 기조 발제에서 "개방형 국민 경제구조와 기축통화국의 정치·경제적 영향에 민감한 한국의 국제정치·경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대외관계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재정의 대응력이 국가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재정 건전성을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적자 누적과 채무증가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세대 간 공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성과를 높이려면 재정준칙 도입과 함께 (관련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독립된 재정 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노욱 조세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재정 여건을 봤을 때 단기적으로 국가채무가 낮지만, 중장기적으로 국가 채무 증가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회 보장성 기금에 대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채비율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통상적인 경기 변동 상황에서는 균형 재정수지 준칙 등으로 재정을 운용하다가 팬데믹(전염병 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는 예외 사유로서 준칙 적용을 중지하는 식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또 "2012∼2018년 평균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1.39%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확대 추세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역전해야 한다"며 "(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보다 더 야심 찬 목표를 가질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3% 한도는 도전적인 목표 수치라고 보기 어려우며, 정부의 재정 건전화 의지도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과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넘긴 시기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뿐이었다"며 "수지 준칙뿐 아니라 지출 증가율에 대한 통제도 분명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3% 한도는 앞으로 경기가 조금이라도 나빠진다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 하게 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재정준칙을 상당히 유연하게 운영하고, 경기 대응력을 봐 가면서 과감하게 예외 조항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우리 경제 규모의 3% 이내로 통제하는 내용을 담은 재정준칙안을 발표했다.

나아가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가면 적자 폭을 2% 이내로 더욱 줄이기로 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재정준칙 법제화를 내달 추진하기로 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재정준칙과 관련해 재량지출(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교육 교부금의 칸막이 구조, 이러한 의무지출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 개혁이 이뤄져야 재정준칙의 준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준칙 예외 규정에 대해서도 "정부는 경제나 서민이 어려울 때 재정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준칙 설계를 지향한다"고 최 차관은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