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남짓 집에서 벼랑 끝 삶…'수원 세 모녀'의 비극

주변 왕래 없이 단절된 생활한 듯…이웃들 "그저 안타까워"

23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 주택.
이틀 전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가 살던 이곳 1층 집 현관문에 가까이 다가서자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문 앞에는 엑스자 형태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고, 바닥에는 앞서 소방당국이 문을 강제 개방하고 진입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현관문 보조키가 떨어져 있었다.

현관문 주변에 여전히 붙어있는 도시가스 안전점검 방문 안내문에는 검침원이 적은 '00호 연락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은 지난 21일 오후 2시 50분께 이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던 A씨는 각각 희귀 난치병 등을 앓고 있던 두 딸과 함께 지내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병을 앓던 아들이 2019년 숨지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또한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 세 모녀에게 가족이라고는 세 사람이 전부였다.

화성시 지인 집에 주소 등록을 해 놓은 채 2020년 2월 40㎡, 12평 남짓한 이곳으로 이사한 세 모녀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비좁은 집에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병원비 문제 때문에 보증금 300만원에 40여만원인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도움을 줄 친척이나 이웃 등은 없었다.

넓지 않은 이곳 주택가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주민도 적지 않았지만, 이들을 알고 지낸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이날 A씨 집 근처에서 만난 인근 주민 김모(67) 씨는 "이 동네에서 10년 넘게 지내며 주변에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은데 숨진 세 모녀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며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 최모(86) 씨도 "요즘 시장과 노인정에 모인 주민들이 다들 세 모녀 얘기를 하는데 실제 만나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며 "좁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좁은 집 안에서 셋이서만 의지하고 지내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고, 지자체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적도 없었던 이들은 결국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경찰도 세 모녀의 사망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이들의 주변인 조사를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단서가 될 만한 진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세 모녀의 먼 친척과 주변 이웃 등을 상대로 주변인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망 경위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국과수에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당장 사인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구두 소견을 전해와 정밀 부검 결과가 나와야 사망 경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