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급만 입었는데…' 절도범 몰린 중고 옷 작업자들 2심도 무죄

법원 "회사서 저급의류 착의 허용…피해품 명확히 특정도 안 돼"
일하는 중고 의류 작업실에서 회사 소유 옷을 가지고 나온 일로 절도범으로 몰린 외국인 근로자들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특수절도와 절도 혐의로 기소된 A(27·여)씨와 특수절도 혐의로만 기소된 B(23·여)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 등은 2020년 11월 원주시 한 중고 의류 작업실에서 2차례에 걸쳐 합동으로 회사 소유의 옷을 가지고 나와 이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는 혼자서 두 차례 더 회사 옷을 훔쳤다는 절도 혐의가 추가됐다. 법정에 선 이들은 "업체 사장이 일하는 동안 비교적 상품 가치가 없는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사전에 양해가 있었을 뿐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하는 공장에서 일부 옷을 입고 가거나 가지고 간 것에 대한 사실은 다툼의 여지가 없었지만, 의류 절도의 고의 여부를 놓고 1년 3개월간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무죄로 결론이 났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회사에서 상품성이 낮은 옷을 입도록 허락한 사실과 A씨 등이 공장에서 가져간 옷을 다른 곳에 판매하거나 현금화했다는 것을 인정할 자료는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무죄로 판단했다. 경찰에서 두 사람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자백했으나 한국어 구사 능력을 고려할 때 통역 없이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주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거나 수사관 질문이나 추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도 '의류를 a품, b품, 폐품으로 분류해 수출하거나 판매해왔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b품이나 폐품을 입는 것은 허용됐다'는 회사 관계자 진술과 A씨 등이 가져간 옷이 어떤 품질의 의류인지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