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손 전역서 격전…젤렌스키 "러, 살려면 도망가라"

우크라 "러 방어선, 수시간 만에 무너져"…러 "우크라 공세는 비참한 실패"
우크라이나가 남부 지역 탈환전을 본격화하면서 30일(현지시간) 헤르손주를 중심으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살고 싶다면 지금 달아나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물리쳤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번 공격의 배경에 유럽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AF,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전날 개시한 남부 탈환전 상황에 대해 "헤르손 거의 전역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여러 방면에서 공세에 나섰으며, 전날 낮부터 밤늦게까지 헤르손 지역에서 강력한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군의 방어선이 수 시간 만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아레스토비치 보좌관은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의 드니프로 강에서 무너진 교량 대신에 보급용으로 쓰이던 러시아군의 도하선박을 포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지역에 대한 포격을 강화했으며, 장거리 정밀 공격이 러시아군의 재보급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현지 방송은 이날 헤르손 지역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으며, 지역민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총성과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밤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국경까지 쫓을 것"이라며 "살고 싶다면 지금이 달아날 때"라고 경고했다. 또한 "러시아군은 집으로 돌아가라. 우크라이나군이 영토를 되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미콜라이우·헤르손주에서 공세에 나섰으나 큰 손실을 보았다며 "적의 공세는 비참한 실패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가 임명한 현지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노바 카호우카의 물과 전력 공급이 끊어졌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나아가 이번 남부 탈환전이 공세 자체보다 '보여주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유럽연합(EU)의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세가 EU 국방장관 회담과 겹치는 점에 주목했다.

EU는 전날부터 이틀간 체코 프라하에서 EU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전황을 공유하고 추가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EU는 회담과 같은 시기에 우크라이나군이 시작한 남부 탈환전에 대해 의논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의 무기 및 장비 수요에 대한 설명도 들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남부 상황이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더 많은 무기를 지원받았더라면 손실을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