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20대 의원들 "청년의 삶을 타인이 결정 짓게 하지 말자"

지난 6월 총선서 하원 입성한 여야 청년의원들 인터뷰
어렸을 때부터 정치 참여에 관심…"평일엔 직장, 주말엔 선거운동"
"우리가 오늘 내리는 결정은 결국 내일을 위한 것이에요. 청년이 주역이 돼 살아갈 미래를 정하는 일에 청년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캉탱 바타용, 28, 르네상스)
"청년이 없는 의회에서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세요.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 청년들의 삶을 다른 사람이 결정하게 놔두지 말아야 해요.

"(다비드 기로, 29,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행동에 나서는 거예요.

그 첫 관문을 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지금 정치에 참여해야만 10년 뒤에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을 겁니다. "(루이즈 모렐, 26, 민주운동)
지난 6월 프랑스 제16대 하원 의원으로 당선된 20대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기성세대가 닦아놓은 길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으며 광장에서 시위하던 이들은 이제 하원으로 무대를 옮겨 사회를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지난 7월 말∼8월 초 빡빡한 의사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인터뷰에 응한 20대 의원들이 살아온 환경은 각양각색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조직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작게는 학교에서, 크게는 시청에서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의견을 내면 경청하고, 그 의견이 타당하다면 수용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기에 일찍이 총선 출마를 결심하고, 입법 기관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 샤를로트 가랭(26) 녹색당(EELV) 의원은 '생애 첫 정치 경험'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꾸준히 학생, 학부모, 교사로 구성된 위원회 일원으로 학교 운영 방향 등을 결정한 일을 꼽았다.

캉탱 바타용(28) 르네상스(RE) 의원은 10∼13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청이 운영하는 청소년 위원회에서 지역 현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반대 시위에 참여했고, 기존 정치 조직에서 청년 대표로 활동하거나 정치 단체를 만드는 등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이냐키 에샤니즈(28) 사회당(PS) 의원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서 만난 정치인을 통해 지역 정치에 관여하는 계기를 마련했는데, 이때 그는 고등학교 학생이었다.

16살 때 중도 우파 공화당의 전신인 대중운동연합(UMP)에 가입했던 바타용 RE 의원은 유럽연합(EU)을 바라보는 견해차로 탈당하고, 지금은 여당과 합당한 정당 '아지르'를 공동 창당했다.
다비드 기로(29)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의원은 사회당에서 이탈한 인사들이 만든 '좌파당'에서, 알렉상드르 사바투(29) 국민연합(RN) 의원은 UMP 탈당 세력 조직한 '약진하는프랑스'에서 각각 청년 대표로 활동했었다.

프랑스의 20대 의원들은 대부분 직업 활동과 정치 활동을 병행해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정책을 고민한다거나 주중에는 직업에 전념하고, 주말에는 선거 운동을 하는 식이다.

2021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는 사바투 RN 의원은 지난 2월부터 평일에는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는 선거구에 내려가 주민들을 만나면서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회사는 사바투 의원이 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업무에 지장만 없으면 그의 정치 활동에 관여하지 않았기에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루이즈 모렐(26) 민주운동(MoDem) 의원도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지난 4월 대통령선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을 돕고, 본인의 총선 선거운동도 소화했다.

꼬마 때부터 스포츠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샤니 의원은 학교 행정 직원으로 돈을 버는 동시에 지역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며 직업과 정치를 함께 가져가는 노력을 해왔다.

프랑스 하원에는 연합뉴스가 만난 의원 6명을 포함해 총 25명의 20대 의원이 있다.

정당별로는 RN에 20대 의원이 10명으로 가장 많고, LFI와 RE가 각각 5명, EELV 1명, PS 1명, LR 1명, GDR 1명, MoDem 1명이다. RE와 MoDem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는 범여권이고, 나머지는 야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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