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트러스노믹스' 시동…법인세·소득세 낮추기로

법인세율 25% 인상안 철회하고 19%로 유지
소득세 기본세율은 20→19%로...최고세율은 45→40%
노동당 "낙수 효과 지나치게 의존한 것"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경기 침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세수 확대 대신 감세를 택했다. 법인세 인상 계획을 취소하고 소득세율도 낮추기로 했다. 기업에는 적극적인 감면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23일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높은 세율은 근로 의욕을 줄이고 투자 억제와 기업 활동 저해를 일으킨다”며 세금 감면 및 투자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엔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려던 기존 계획을 취소하고 G20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19%로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득세 기본세율은 20%에서 19%로 낮추기로 했다. 연 소득이 15만파운드(약 2억3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에게 물리는 최고세율은 45%에서 40%로 5%포인트나 깎았다.이번 발표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한 다음 날 나왔다. BOE에 따르면 영국의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 1분기 0.8%에서 2분기 -0.1%로 반전했다. BOE는 “물가상승률이 다음달 13% 이상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올 4분기부터 영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이라고도 경고한 상황이다.

경기 침체가 사정권에 들어오자 영국 정부는 추가 감세 계획을 내놨다. 우선 지난 5월 도입한 국민보험세 인상안을 취소하기로 했다. 국민보험세는 국민 건강, 사회복지 등에 쓰이는 정부 지출을 대기 위한 세금 항목이다. 주류세 인상안도 폐지할 뿐 아니라 주택 구입 시 납부하는 인지세도 대폭 낮추기로 했다. 트러스 총리가 그간 강조했던 감세 기조와 맞닿아 있는 조치들이다.

다른 경제 부훙책도 함께 나왔다. 은행원의 보너스 상한을 없애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면세 쇼핑을 도입하기로 했다. 가계·기업의 에너지 비용도 지원하기 위해 향후 6개월간 600억 파운드(약 94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 여당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반발했다. 세금 감면으로 인한 재정 악화를 우려해서다. 영국 재정연구소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계획을 취소하면 세수가 300억파운드(약 47조원) 줄 것”이라며 “세율을 낮추면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주장은 도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레이첼 리브스 노동당 대변인은 “콰시 재무장관이 낙수효과에 의존한 나머지 대기업과 은행가의 보너스를 우선시 했다”고 비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