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핵실험 '마이웨이' 의도 보여줘"

"핵능력 확보 '전력질주'…인도태평양 지역 핵타격 능력 과시"
中당대회 종료 이달 말 주목…"내년 초까지 봐야" 전망도
북한의 4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으로 이르는 '마이웨이'를 시작한 것으로 봤다.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한반도를 떠나고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 훈련도 끝난 상황에 도발 수위를 높인 것은 결국 핵실험을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미, 한미일 군사협력 공조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며 "핵실험까지 가기 위한 단계 아니겠나.

중거리 다음은 장거리(미사일)일 것이고 그 다음은 핵실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춤했던 행보를 거둬들이고 전력 질주를 시작한 것 같다"며 "한미일 연합 훈련이 끝난 지금 더 고강도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은 결국 핵능력 확보를 위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식량난 등 내부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도발 수위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했다.

특히 이번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양 교수는 "새로운 성능 실험의 의도도 있겠지만 결국 한미일 확장억제 공조에 대해 탐색을 하려는 것이 더 크다고 본다.

마이웨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기존 부산 인근에서 하던 한미연합훈련은 단거리 미사일로 커버하는 전략을 초기 도발에서 보여줬고, 이번에는 일본까지 가세했으니 일본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중거리 미사일로 보여준 맞대응"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미사일이 '화성-12형'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일본·미국령 괌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자신들의 핵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게 북한의 1차적 목표"라며 "이(화성-12형) 미사일은 사거리가 길어 한미일 대응이 어려운데, 그 완성을 위해 나아가는 것 같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이번 발사가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30~45도)로 이뤄졌다는 측면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 검증을 위한 시험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된다"며 "정상궤도 비행 과정에서 재진입체를 고각 발사 대비 오랜 시간동안 고온·고압의 환경에 노출시켜 재돌입체의 정상 작동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도 고려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그는 이어 "만약 재진입체가 정상적인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하였다면, 이는 향후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뿐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성공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한다면 오는 16일 시작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와 내달 8일 미국 중간선거 사이가 될 것으로 봤다.

중국을 배려하면서도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7차 핵실험은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며 "즉 세계에 핵보유국임을 선포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당대회∼중간선거) 기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도 "궁극적으로 미국 선거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를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당대회와 중간선거 사이 핵실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반면 북한이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까지 보고 핵실험 카드를 쓰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7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연관성은 회의적"이라며 "북한은 당대회와 중간선거 결과도 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이 곧 (당) 전원회의를 열어서 올해를 결산하고 내년도 정책 비전을 얘기할 텐데, 그 시기에 핵실험을 하기 녹록지 않다"면서 "내년 1∼2월은 돼야 핵실험의 정치적 타이밍이 계산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