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적나라한 날 것의 언어…노벨문학상 에르노의 작품세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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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문학적 태도 드러내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민…문학이라는 장르에 끊임없이 질문 던져 6일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니 에르노는 문학이라는 장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 소설가다. 또한 프랑스 문학에서 그다지 다루지 않았던 하층민과 중하층의 일상을 다루는 한편, 그들 일상 이면에 있는 사회적·역사적 구조를 조명했다.
그는 사회·역사·문학과 개인 간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문학적 가공과 은유도 없이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소신대로 그는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과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곤 했다. 데뷔 초창기에는 빈곤층 출신의 여자가 성장하고 결혼하는 과정에서 겪은 모멸감과 소외의식에 관해 주로 썼다.
'빈 장롱',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얼어붙은 여자' 등의 작품에서 그는 자유분방하고 적나라한 언어로 이 같은 감정을 표현했다.
1984년 발표해 르노도상을 받은 '자리'는 글쓰기 태도와 방식에 있어서 분기점이 된 작품이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소설을 쓰려다 중간에 포기하고 결국 사실에 근거한 진솔한 감정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이재룡 숭실대 명예교수는 "'자리' 이후부터는 소설이라는 명칭이 그의 작품에 표기가 안된다"며 "이후 일상에 숨겨진 보편적 인간의 조건을 다루는 작품들을 써나갔다"고 말했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 문단 사이의 여백, 단숨에 독자의 관심을 끄는 첫 대목, 담담한 문체까지, 에르노 특유의 문체적 특징도 이때 형성됐다. 아울러 오로지 사실만을 기록하고자 애쓰며 기억의 확실성을 저울질하는 자기성찰적인 문학적 태도도 확립됐다.
때론 선정적이고 사실적인 내면의 고백 탓에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991년 발표한 '단순한 열정'이 대표적이다.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서술의 사실성과 선정성 탓에 출간 당시 평단과 독자층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작가는 소설에서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했다.
'단순한 열정'이 발표된 지 10년 후 출간된 '탐닉'도 꾸준한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확함에 대한 열정. 완전무결한 단호함 속에서, 아니 에르노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작가의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 선집 '삶을 쓰다'도 주목해서 볼 만 하다.
수록작 중 성적인 모험을 다룬 '카사노바 호텔'은 에르노가 천착한 주제인 에로스(성적 욕망 등 삶의 본능)와 타나토스(죽음의 본능)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에르노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돼 홀로 죽음에 다가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잊기 위해 육체적 경험에 집착한다.
이 밖에 질투라는 감정에 점령당한 한 여자의 모놀로그를 그린 '집착', 굴곡 많은 삼십여 년간의 문학적 도정을 살펴본 대담집 '칼 같은 글쓰기', 낙태의 경험담을 담은 '사건' 등이 눈길을 끈다.
강유정 문학평론가는 에르노의 작품과 관련해 "여성작가로서 수치스러울 수 있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과감하고,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인간의 고통을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재룡 교수는 "그의 문체는 '납작한 문체' '평평한 문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미문에는 관심이 없었다. 마치 인류학자나 사회학자처럼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려고 평생을 노력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민…문학이라는 장르에 끊임없이 질문 던져 6일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니 에르노는 문학이라는 장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 소설가다. 또한 프랑스 문학에서 그다지 다루지 않았던 하층민과 중하층의 일상을 다루는 한편, 그들 일상 이면에 있는 사회적·역사적 구조를 조명했다.
그는 사회·역사·문학과 개인 간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문학적 가공과 은유도 없이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소신대로 그는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과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곤 했다. 데뷔 초창기에는 빈곤층 출신의 여자가 성장하고 결혼하는 과정에서 겪은 모멸감과 소외의식에 관해 주로 썼다.
'빈 장롱',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얼어붙은 여자' 등의 작품에서 그는 자유분방하고 적나라한 언어로 이 같은 감정을 표현했다.
1984년 발표해 르노도상을 받은 '자리'는 글쓰기 태도와 방식에 있어서 분기점이 된 작품이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소설을 쓰려다 중간에 포기하고 결국 사실에 근거한 진솔한 감정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이재룡 숭실대 명예교수는 "'자리' 이후부터는 소설이라는 명칭이 그의 작품에 표기가 안된다"며 "이후 일상에 숨겨진 보편적 인간의 조건을 다루는 작품들을 써나갔다"고 말했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 문단 사이의 여백, 단숨에 독자의 관심을 끄는 첫 대목, 담담한 문체까지, 에르노 특유의 문체적 특징도 이때 형성됐다. 아울러 오로지 사실만을 기록하고자 애쓰며 기억의 확실성을 저울질하는 자기성찰적인 문학적 태도도 확립됐다.
때론 선정적이고 사실적인 내면의 고백 탓에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991년 발표한 '단순한 열정'이 대표적이다.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서술의 사실성과 선정성 탓에 출간 당시 평단과 독자층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작가는 소설에서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했다.
'단순한 열정'이 발표된 지 10년 후 출간된 '탐닉'도 꾸준한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확함에 대한 열정. 완전무결한 단호함 속에서, 아니 에르노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작가의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 선집 '삶을 쓰다'도 주목해서 볼 만 하다.
수록작 중 성적인 모험을 다룬 '카사노바 호텔'은 에르노가 천착한 주제인 에로스(성적 욕망 등 삶의 본능)와 타나토스(죽음의 본능)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에르노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돼 홀로 죽음에 다가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잊기 위해 육체적 경험에 집착한다.
이 밖에 질투라는 감정에 점령당한 한 여자의 모놀로그를 그린 '집착', 굴곡 많은 삼십여 년간의 문학적 도정을 살펴본 대담집 '칼 같은 글쓰기', 낙태의 경험담을 담은 '사건' 등이 눈길을 끈다.
강유정 문학평론가는 에르노의 작품과 관련해 "여성작가로서 수치스러울 수 있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과감하고,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인간의 고통을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재룡 교수는 "그의 문체는 '납작한 문체' '평평한 문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미문에는 관심이 없었다. 마치 인류학자나 사회학자처럼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려고 평생을 노력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