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를 가다] ⑥ 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 지질자원 보물창고'

희소 금속 등 핵심 광물 독자적 확보 위한 탐사기술 개발
지구 넘어 우주로 연구 범위 확장…달 착륙 이후 자원 선점 준비
[※ 편집자 주 = 1973년 서울 홍릉의 연구단지를 대체할 '제2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대전 유성구·대덕구 일원 67.8㎢ 면적에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가 조성됐습니다. 내년이면 출범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는 현재 30여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295개 연구소기업, 1천여개 벤처·중견기업, 다수 대학이 포진해 매년 수만개의 미래형 연구 결과물을 쏟아내는 국내 최대 원천기술 공급지로 성장했습니다.

연합뉴스는 대덕특구 내 연구기관 가운데 핵심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는 10곳을 선정해 역사와 연구 성과, 중점 연구 분야 등을 소개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한 곳씩 10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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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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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이하 지자연) 원장은 10일 연합뉴스에 "지구과학 분야 국가대표로서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100년 먹거리를 준비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달 자원탐사와 활용은 우리가 지금껏 지구에서는 자원 빈국이지만 우주에서는 자원 부국이 될 새로운 기회"라며 "청정하고 무한한 우주자원 확보를 위한 기술적 우위 선점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8월 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사된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에는 국내에서 개발된 5종의 장비가 실렸다.

그 중 지자연이 제작해 탑재한 감마선분광기(KGRS)는 달 표면 자원 탐사를 위해 활용된다.

최소 6개월 이상의 감마선 측정자료를 수집해 산소·철·티타늄 등 달 표면의 원소 지도를 제작하게 된다.
이 원장의 설명처럼 지자연의 연구 영역이 국내 지질·광물·지하수 등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는 사실을 명확하게 드러낸 장면이다.

연구원은 다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와 연계해 '달에서 화성으로'(Moon to Mars) 이어지는 지구 밖 우주자원 탐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달 극지 자원 조사에 쓸 중성자 분광기와 레이저 유도 분쇄 분광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김경자 책임연구원은 "다누리호에 탑재된 감마선분광기는 6.3㎏으로 지금까지 발사한 감마선분광기 중에 가장 가볍다"며 "달 궤도 100㎞ 위에서 KGRS가 측정한 감마선은 이전에 진행된 다른 나라의 탐사자료에 더해져 달의 원소를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방 이후인 1948년 설립된 중앙지질광물연구소를 기원으로 하는 지자연은 2001년부터 현재 명칭을 쓰고 있다.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인 1918년 자원 수탈 등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됐던 지질조사소를 기원으로 하면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연구원이다.

1989년 대덕연구단지에 터를 잡은 지자연은 국토 지질, 광물 자원, 석유 해저, 지구 환경, 기후변화 대응 등 지구과학 연구를 수행한다.

지자연이 참여한 국가기본지질도 발간, 1960년대 태백산지구 지하자원 개발 등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바탕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초석이 됐다.

지자연은 국토의 기초가 되는 지질자료를 관측·수집·관리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한다.

2019년에는 개정판 축척 1대 100만 지질도를 국·영문으로 발간했다.

경남 합천 적중·초계분지 내 깊이 142m 지점에 대한 조사와 탄소연대측정 결과를 통해 이곳이 약 5만 년 전 한반도 최초 운석 충돌로 생성된 운석 충돌구임을 규명했다.

개관 21주년을 맞은 지질박물관은 국내 유일 지질전문박물관으로, 중요 지질표본 7천여점을 소장하고 이 가운데 950점을 전시 중이다.

2001년 개관 이후 현재까지 138만여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대전시민과 대전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반도 최고령 암석(25억년), 심해저 망간단괴, 지하 100㎞ 이하의 맨틀 물질을 포함한 대형 현무암, 국내 최초로 발견된 장군석, 마이아사우라 공룡 골격, 태백의 고생대 삼엽충, 식물화석 등이 대표 표본이다.

한반도 25억년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야외 박물관 '한국의 지질 나들길', 지질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 웅장한 실제 모습에 감동할 수밖에 없는 티라노사우루스와 에드몬토니아 실물 골격 전시물은 꼭 봐야 하는 전시콘텐츠이다.

지자연은 국가 지진 통합네트워크(KISS)도 구축했다.

지진·공중음파 탐지기술을 활용해 총 6차례의 북한 핵실험을 탐지하고 완벽한 분석을 통해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원 원주에 있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 배열식 관측소인 한국지진관측소(KSRS)를 통해 인접국에서 발생하는 지진·핵실험 등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 중이다.

배열식 지진관측소는 주변에 삼각형이나 원형의 여러 개 관측소를 배치해 지진파 방향과 속도를 계산하는데, 원주 KSRS는 주변 30㎞x40㎞ 지역에 26개 지진관측소를 뒀다.

지진 대피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핵심 기술인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의 지진 발생부터 경보까지 걸리는 시간은 2016년 경주 지진 당시에는 26초였는데 다음 해 발생한 포항지진에서는 19초까지 단축했다.

현재는 규모 5.0 이상 지진에 대해 관측 후 5∼10초까지 가능하도록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지자연은 미래 산업의 핵심 원재료인 희소금속 등 핵심 광물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와 탐사기술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국내 유망 지역과 휴·폐광 지역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 드론·항공 탐사, 3차원(3D) 탄성파 탐사기술 등을 융합한 스마트마이닝 기술을 맞춤형으로 적용해 국내 광물자원(리튬·니켈 등)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자원개발 기술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주요 협력국인 호주(CSIRO), 캐나다(GSC), 카자흐스탄, 몽골,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CCS)분야와 탄소포집기술(CCUS) 상용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우주 자원 탐사·활용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우주자원 개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달 감마선분광기 추가 개발·활용, 달 자원 핵심기술 연구, 월면토 휘발성물질 추출 기술 개발 등 500억원 규모의 연구사업을 올해부터 10년간 추진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우주 기술 패권 등 급격한 변화 속에서 지구의 과거·현재·미래, 우주자원을 연구하는 지자연은 이제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시점"이라며 "대한민국 지구과학 분야 국가대표로서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