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짓자"…강남 모텔촌 '돈 되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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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터미널 인근 건설공사 북적서울 송파구에서 20년째 모텔을 운영 중인 김모씨(63)는 최근 몇 달간 고민에 밤잠을 설쳤다. 지난여름 한 중소 건설사가 모텔을 200억원에 통째로 사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큰돈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김씨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뒤 건설시행사를 골라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 더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층 재건축 가능…수익성 높고
건물 통매각보다 세금부담 낮아
절반 분양, 나머지 전·월세 돌려
꾸준한 수입에 미래 가치 보장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모텔사업주들 사이에 ‘오피스텔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낡은 모텔을 리모델링하는 데 투자하는 것보다 수요가 많은 오피스텔로 재건축해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건물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고, 보유 자산의 잠재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법으로 주목받고 있다.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시 일반상업지역에 건축 허가를 받은 오피스텔(559건), 청년주택(75건), 도시형생활주택(59건), 생활형숙박시설(17건)은 총 710건이다. 이중 오피스텔이 559건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노후 모텔, 고층 오피스텔로 탈바꿈
10일 찾은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역 6번 출구 인근 모텔촌에서 영업하는 모텔은 일곱 곳에 불과했다. 이 지역에선 최근 5년 사이 모텔 20여 곳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고층 오피스텔을 짓는 건설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기존 숙박업소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거나 재건축하면 매매가나 전·월세 가격이 주변보다 10~20% 저렴해 인기가 많다”며 “모텔 자체를 매도하는 것보다 재건축하는 게 건물주에게 실익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강남지역 모텔촌은 대부분 지하철과 10분 거리인 역세권에 있다. 기본적인 주거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이어서 재건축 수익성이 좋다. 또 대부분 일반상업지역에 있어 상대적으로 용적률 규제에서 자유롭다. 일반상업지역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대 용적률 800%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1990년대 건축된 모텔은 대부분 지상 3~4층 규모로 비교적 낮다. 대지면적 600㎡짜리 모텔을 용적률 800%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 15층 이상의 고층 오피스텔로 지을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3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이 250%로 제한돼 있어 공급 규모에 한계가 있다”며 “역세권에 밀집된 모텔들이 용적률 800% 규모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 주택 공급량이 많아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폭탄’도 피할 수 있어
모텔을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 양도세 부담도 피할 수 있다. 모텔 매각 시 사업주는 지방세를 포함해 통상 시세차익의 35%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10년 전 20억원에 매입한 모텔을 200억원에 되팔아 180억원의 시세 차익이 생겼다면 약 70억원의 세금이 매겨진다.지난 10년간 땅값이 치솟으면서 재건축 사업비 마련을 위한 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만약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주택사업(30가구 이상 100가구 미만)으로 추진하면 연 2%대 금리로 최대 70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모텔을 오피스텔로 재건축한 사업주들은 대체로 전체 가구의 절반만 분양하고 나머지 절반은 전·월세를 주는 구조를 택한다. 전·월세 이익을 얻으면 건축비 등 공제 혜택을 받는 사업소득세를 내면서 건물의 가치 상승까지 노릴 수 있다. 서성혁 세무법인 한백택스 대표세무사는 “역세권 등 분양이 잘되는 입지에 있는 오피스텔이라면 전·월세로 수익을 내면서 건물값 상승에 따른 미래 수익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