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인스타·왓츠앱, 반정부 시위 선동"…법적 대응 예고

"테헤란서 숨진 17세 여성은 타살 증거 없어"
이란 정부가 최근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선동한 책임을 물어 인스타그램·왓츠앱 모기업인 메타 플랫폼에 대해 법적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반관영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마지드 미라흐마디 내무부 차관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 "국민 분노를 부추기고 가족을 파괴하는 SNS를 좌시할 수 없다"면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미라흐마디 차관은 "국가 안보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이며, 이를 파괴하려는 어떠한 도구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며 "관계 기관이 협의해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외부의 반정부 세력이 시위의 배후라고 주장해 왔다.

당국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이란에서는 시위 이전에도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상당수 소셜미디어(SNS)에 대한 접속이 제한돼 있었지만,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은 사용할 수 있었다.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테헤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 니카 샤카라미(17)에 대해서는 타살을 의심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마라흐마디 차관은 주장했다.

마라흐마디 차관은 "사건을 수사한 결과 샤카라미는 밤길을 배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정부 시위와 연관성을 부인했다.

샤카라미는 이달 초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테헤란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샤카라미가 사망한 원인을 밝혀달라며 사법부에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외신과 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는 경찰에 체포된 샤카라미가 구금 중 사망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