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사람들] ③"내 남편이 누군줄 알아?"…승무원 감정노동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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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이륙직전 "저 내릴래요"…공황장애 승객 늘었다
"경력 쌓일수록 승객 불편 더 잘 보여. 젊은 게 다는 아냐"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 '하늘을 나는 민간 외교관'이라 불리는 항공기 승무원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직업이 되기도 했다. 멋진 유니폼을 입고 전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비행 도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승객 안전 상황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12일 항공기 승무원의 속사정을 들어보자. ◇ "승객들의 폭언 받아들이기 힘들어"
"애XX가 교육 안 되면 다니지 마! 자신이 없으면 애를 낳지 마! 이 XX야"
지난 8월 14일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로 가던 에어부산 항공기 안에서 40대 남성 승객이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갓 돌이 지난 아기가 비행기 안에서 울음을 터뜨리자 자신이 피해를 봤다며 아기 부모에게 심한 욕설을 한 것이었다.
승무원의 만류와 제지에도 40대 남성 승객은 계속해서 고성을 지르며 마스크를 벗어 부모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기내 난동을 부린 남성은 결국 구속됐지만, 이 사건은 승무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우리 항공사에서 일어났다면 제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인데…. 사건 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
제주항공의 베테랑 승무원인 이자혜·최미정 사무장은 최근 타 항공사에서 일어난 사건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햇수로 각각 17년, 15년간 근무를 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지만, 아기가 운다고 이처럼 화를 내는 승객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행을 하다 보면 기내에서 크고 작은 승객 간 다툼과 승무원에 대한 갑질 등 좋지 않은 일들을 겪곤 한다.
좌석 등받이를 발로 찬다거나 등받이를 과하게 뒤로 젖혔다는 등 문제로 승객끼리 시비가 붙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짐을 비행기 선반 위에 올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 남편이 누군 줄 알아?'라는 말을 비롯해 인격 모독적 발언으로 상처를 주는 일도 있다.
이외에도 승무원에게 성희롱하는 승객 등 다양한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겪는다. 이 사무장은 "폭언을 하는 분은 사실 많지는 않다.
하지만 간혹 그런 분들이 있으면 승무원들이 자기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최 사무장 역시 "폭언 등 승객들의 행동 자체가 승무원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큰) 감정노동이기에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다.
제주항공이 한때 기내에서 프러포즈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대부분의 승객은 환호와 박수로 축하해줬지만 한 승객이 자신은 이혼했는데 '왜 내가 남의 행복을 빌어줘야 하느냐'고 크게 항의한 적도 있었다.
기내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해서는 승무원들이 한목소리로 '음주'를 꼽았다.
비행기 안은 지상과 비교해 기압이 낮고 산소도 적어 사람이 비행 중에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한다.
승무원들은 "가끔 면세점에서 산 양주를 몰래 마시다 취하는 분들이 있다"며 "비행기 안에서의 음주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준다.
과거 다양한 사례를 보면 과도한 음주로 인한 승객 난동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 비행 중 발생하는 비상 상황
비행기 안에선 승객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기일발의 비상 상황도 발생한다.
몇 년 전 방콕행 비행기였다.
도착 한 시간 전에 갑자기 승객이 쓰러졌다.
이자혜 사무장이 승객의 상태를 살폈지만,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바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비행기가 인근 공항에 비상 착륙할 때까지도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구급대원에게 승객을 인계한 뒤에야 CPR을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비행 스케줄이 있어 환자가 이후 어떻게 됐는지 알 수는 없었다.
이 사무장은 "그러한 사건이 몇 차례 더 있었는데 다행히 회복한 사람도 있었고, 병원 이송 중에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한마음 한뜻으로 (승객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면서 최선을 다한다"며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승객을 더 주의 깊게 보게 된다.
혹시나 안 좋은 사람은 없는지, 호흡이 불안정한 사람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비행기 이륙 직전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승객들이 늘고 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승무원은 승객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충분히 호흡을 가다듬게 도움을 준다.
다행히 목적지까지 비행을 잘 마무리하는 승객도 있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객도 있다.
비행기를 타고 갈지 말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승객 본인이 해야 한다.
하지만 승객이 내리겠다고 해서 바로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혹시나 모를 테러 위험으로 인해 항공보안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승객이 앉았던 자리와 짐에 대한 보안검색 등 각종 조치가 이뤄진다.
이로 인해 해당 비행기는 출발이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승객 대부분이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간혹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감내하는 것은 온전히 승무원의 몫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지난 3년 가까이 되는 비행은 어땠을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최미정 사무장은 "(코로나가 절정일 때) 비행기 안은 대화도 없고 승무원을 부르는 일도 없고 움직이는 승객 없이 고요했다"며 "코로나의 역설"이라고 말했다. ◇ "바쁘다 바뻐" 승무원의 일상
항공기 승무원은 기내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비행 안전 업무를 수행한다.
항공기 승무원의 직급 체계는 승무원, 부사무장, 사무장, 선임사무장, 수석사무장으로 돼 있다.
멋진 유니폼을 입고 밝은 미소로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모습에서 청소년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겉모습처럼 화려함만이 있는 직업은 아니다.
비행 스케줄에 따라 주말·휴일 상관없이 일해야 한다.
국제선의 경우 오랜 시간 비행한 후 기착지에서 바로 돌아오기도 하고, 잠시 쉬었다가 돌아오기도 하는데 상황에 따라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비행을 해야 할 경우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국내선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선 승무원은 하루 4차례 비행을 하는데 보안점검을 하고 객실 청소와 급유, 짐을 싣고 손님을 다시 태워 정해진 시간 약 40분 안에 다시 이륙하는 과정을 하루에 여러 차례 되풀이한다. 이 탓에 국제선보다 국내선 근무가 더 힘들다고 말하는 승무원도 많다.
외국 항공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의 승무원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자혜 사무장은 "한국 분들이 항공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높다"며 "저희도 어떻게 하면 친절함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수록 승객 연령대별, 상황에 따라 왜 이분이 여행할 때 힘이 들 수 밖에 없는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됐다"며 "연차가 쌓일수록 초년 승무원 때 안 보였던 승객들의 불편함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항공사처럼 나이가 들어도 승객을 더 잘 모실 수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미정 사무장은 "제일 중요한 건 코로나19가 빨리 끝났으면 한다"며 "승무원들이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는 상황이라 예전처럼 국제선이 다시 정상화돼야 휴직한 승무원들이 복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서비스만 하는 직업이 아닌 항공기 안전을 위해 탑승한다"며 "기내에서 승무원의 안전 지시에 잘 따라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경력 쌓일수록 승객 불편 더 잘 보여. 젊은 게 다는 아냐"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 '하늘을 나는 민간 외교관'이라 불리는 항공기 승무원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직업이 되기도 했다. 멋진 유니폼을 입고 전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비행 도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승객 안전 상황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12일 항공기 승무원의 속사정을 들어보자. ◇ "승객들의 폭언 받아들이기 힘들어"
"애XX가 교육 안 되면 다니지 마! 자신이 없으면 애를 낳지 마! 이 XX야"
지난 8월 14일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로 가던 에어부산 항공기 안에서 40대 남성 승객이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갓 돌이 지난 아기가 비행기 안에서 울음을 터뜨리자 자신이 피해를 봤다며 아기 부모에게 심한 욕설을 한 것이었다.
승무원의 만류와 제지에도 40대 남성 승객은 계속해서 고성을 지르며 마스크를 벗어 부모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기내 난동을 부린 남성은 결국 구속됐지만, 이 사건은 승무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우리 항공사에서 일어났다면 제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인데…. 사건 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
제주항공의 베테랑 승무원인 이자혜·최미정 사무장은 최근 타 항공사에서 일어난 사건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햇수로 각각 17년, 15년간 근무를 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지만, 아기가 운다고 이처럼 화를 내는 승객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행을 하다 보면 기내에서 크고 작은 승객 간 다툼과 승무원에 대한 갑질 등 좋지 않은 일들을 겪곤 한다.
좌석 등받이를 발로 찬다거나 등받이를 과하게 뒤로 젖혔다는 등 문제로 승객끼리 시비가 붙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짐을 비행기 선반 위에 올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 남편이 누군 줄 알아?'라는 말을 비롯해 인격 모독적 발언으로 상처를 주는 일도 있다.
이외에도 승무원에게 성희롱하는 승객 등 다양한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겪는다. 이 사무장은 "폭언을 하는 분은 사실 많지는 않다.
하지만 간혹 그런 분들이 있으면 승무원들이 자기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최 사무장 역시 "폭언 등 승객들의 행동 자체가 승무원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큰) 감정노동이기에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다.
제주항공이 한때 기내에서 프러포즈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대부분의 승객은 환호와 박수로 축하해줬지만 한 승객이 자신은 이혼했는데 '왜 내가 남의 행복을 빌어줘야 하느냐'고 크게 항의한 적도 있었다.
기내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해서는 승무원들이 한목소리로 '음주'를 꼽았다.
비행기 안은 지상과 비교해 기압이 낮고 산소도 적어 사람이 비행 중에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한다.
승무원들은 "가끔 면세점에서 산 양주를 몰래 마시다 취하는 분들이 있다"며 "비행기 안에서의 음주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준다.
과거 다양한 사례를 보면 과도한 음주로 인한 승객 난동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 비행 중 발생하는 비상 상황
비행기 안에선 승객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기일발의 비상 상황도 발생한다.
몇 년 전 방콕행 비행기였다.
도착 한 시간 전에 갑자기 승객이 쓰러졌다.
이자혜 사무장이 승객의 상태를 살폈지만,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바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비행기가 인근 공항에 비상 착륙할 때까지도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구급대원에게 승객을 인계한 뒤에야 CPR을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비행 스케줄이 있어 환자가 이후 어떻게 됐는지 알 수는 없었다.
이 사무장은 "그러한 사건이 몇 차례 더 있었는데 다행히 회복한 사람도 있었고, 병원 이송 중에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한마음 한뜻으로 (승객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면서 최선을 다한다"며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승객을 더 주의 깊게 보게 된다.
혹시나 안 좋은 사람은 없는지, 호흡이 불안정한 사람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비행기 이륙 직전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승객들이 늘고 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승무원은 승객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충분히 호흡을 가다듬게 도움을 준다.
다행히 목적지까지 비행을 잘 마무리하는 승객도 있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객도 있다.
비행기를 타고 갈지 말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승객 본인이 해야 한다.
하지만 승객이 내리겠다고 해서 바로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혹시나 모를 테러 위험으로 인해 항공보안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승객이 앉았던 자리와 짐에 대한 보안검색 등 각종 조치가 이뤄진다.
이로 인해 해당 비행기는 출발이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승객 대부분이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간혹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감내하는 것은 온전히 승무원의 몫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지난 3년 가까이 되는 비행은 어땠을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최미정 사무장은 "(코로나가 절정일 때) 비행기 안은 대화도 없고 승무원을 부르는 일도 없고 움직이는 승객 없이 고요했다"며 "코로나의 역설"이라고 말했다. ◇ "바쁘다 바뻐" 승무원의 일상
항공기 승무원은 기내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비행 안전 업무를 수행한다.
항공기 승무원의 직급 체계는 승무원, 부사무장, 사무장, 선임사무장, 수석사무장으로 돼 있다.
멋진 유니폼을 입고 밝은 미소로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모습에서 청소년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겉모습처럼 화려함만이 있는 직업은 아니다.
비행 스케줄에 따라 주말·휴일 상관없이 일해야 한다.
국제선의 경우 오랜 시간 비행한 후 기착지에서 바로 돌아오기도 하고, 잠시 쉬었다가 돌아오기도 하는데 상황에 따라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비행을 해야 할 경우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국내선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선 승무원은 하루 4차례 비행을 하는데 보안점검을 하고 객실 청소와 급유, 짐을 싣고 손님을 다시 태워 정해진 시간 약 40분 안에 다시 이륙하는 과정을 하루에 여러 차례 되풀이한다. 이 탓에 국제선보다 국내선 근무가 더 힘들다고 말하는 승무원도 많다.
외국 항공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의 승무원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자혜 사무장은 "한국 분들이 항공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높다"며 "저희도 어떻게 하면 친절함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수록 승객 연령대별, 상황에 따라 왜 이분이 여행할 때 힘이 들 수 밖에 없는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됐다"며 "연차가 쌓일수록 초년 승무원 때 안 보였던 승객들의 불편함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항공사처럼 나이가 들어도 승객을 더 잘 모실 수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미정 사무장은 "제일 중요한 건 코로나19가 빨리 끝났으면 한다"며 "승무원들이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는 상황이라 예전처럼 국제선이 다시 정상화돼야 휴직한 승무원들이 복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서비스만 하는 직업이 아닌 항공기 안전을 위해 탑승한다"며 "기내에서 승무원의 안전 지시에 잘 따라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