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RBM 화성-12형 실전배치 안돼"…'괌 포위사격' 허세였나

최근에야 엔진 개량…軍 "관련 동향 면밀히 검토"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은 아직 실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4천500㎞를 날아간 화성-12형은 기존 모델의 개량형으로 추정됐으며, 유사시 활용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12일 군과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화성-12형이 아직 실전 배치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고 있다.

당국은 2017년과 올해 1월·10월 등 세 차례의 사격은 물론 최근 북한의 엔진 개발 동향 등을 토대로 화성-12형이 여전히 실전 배치가 안 된 상태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017년 발사 이후 올해 1월까지 5년간 화성-12형의 기술적 개량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의 발사 이후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화성-12형의 주엔진 1개와 보조엔진 4개의 화염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달 4일 발사 장면에서는 주엔진의 화염만 있고 보조엔진은 보이지 않는다. 보조엔진은 추력 조절을 통한 자세 제어에 사용하는 장치로, 기술적 측면에서 낮은 단계에 해당한다.

구조가 복잡해지고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엔진만 있다는 것은 '스러스트 벡터 컨트롤'(TVC·추력방향제어), 즉 화염 분사구(노즐) 방향을 바꿔 자세를 제어하는 기능을 통합한 '짐벌형 주엔진'을 썼다는 의미다. 이는 화성-12형이 5년간 같은 상태로 머물러 있다가 최근에야 일정 수준 진전에 성공했다는 뜻이 된다.

이런 개량은 지난 8월 28∼31일 북한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있었던 액체 연료 로켓 엔진 시험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엔진 개량에는 성공했음에도 실전 배치는 아직이라는 당국 판단을 종합하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다른 핵심 기술이 여전히 미진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터보펌프나 연소 방식의 개선이 이뤄졌을 수 있다"며 "완전히 새로운 엔진이라면 미사일 동체 직경이나 길이까지 달라지므로 그 정도는 아니고 기존 엔진을 개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2017년에 포위사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분위기가 험악했는데 전력화와 배치가 안 됐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3천700㎞, 지난 4일 4천500㎞의 비행거리를 비교할 때 개량된 주엔진은 기존 보조엔진 4개가 담당하던 총 12tf(톤포스·12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의 추력까지 더 낼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개선된 것일 수도 있다.

주엔진 추력 강화가 아니라면 탄두 중량을 줄여 사거리를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발사 사진 비교에서 미사일 탄두부는 1월보다 10월에 조금 더 뭉툭한 모습이다.

군 당국은 "관련 동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미사일은 2017년 9월 15일 발사 때는 3천700㎞를 비행했고, 이를 지켜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되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 달 앞선 그해 8월 10일에는 전략군사령관이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 포위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 협박하기도 했다.

태평양 괌은 평양에서 3천400㎞ 거리다.

올해 1월 30일 발사 때 북한은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검수사격이 배치된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품질을 검증하는 작업인 만큼 화성-12형 전력화를 재차 강조한 것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