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③ 상위법 없고 지원체계 부실…"범정부 협의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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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조례 제각각…은둔형 외톨이 지원법·청년복지법 등 제정 요구
기존 제도 활용해서라도 당장 '희망의 싹'부터 틔워야
[※ 편집자 주 = 은둔형 외톨이는 방이나 집 안에만 머물며 외부와 단절된 채 사회 활동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국내에서는 보다 먼저 심각성을 인지한 일본의 '히키코모리'라는 용어가 더 친숙한 실정입니다.
그나마 광주시에서 2019년 10월 15일 처음으로 지원 조례를 제정한 뒤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관심은 차츰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첫 조례 제정 3년을 맞아 은둔형 외톨이 실태, 지원 상황, 과제 등을 담은 기사를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 현장 활동가,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심각성을 전하며 시급한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한다.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외톨이 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고립으로 이어진다"며 "가족들은 누구한테 말하지도 못하고, 어디에 가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눈치 보고 말조심하는 생활뿐"이라고 말했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취업 지원 사업 등에 참여하더라도 모든 커리큘럼을 따라가기에는 활력이 부족해 결국 탈락하고 만다"며 "기존 지원만으로는 회복시키기에 충분치 않으니 어떻게든 공적으로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새로운 지원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숨어있는 대상자를 찾는 데 온라인 설문은 한계가 뚜렷한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표본을 설정해 찾아가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지자체뿐 아니라 행정복지센터, 복지관, 상담소, 학교 밖 청소년센터 등 민관의 협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적 탈 고립을 위한 다부처 협의체 조직을 제안했다.
교육부(학교 부적응), 국방부(군대 생활 부적응), 고용노동부(취·창업 실패),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형태다. 협의체를 중심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시·도 단위 제도를 도입해 시·군·구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 방안도 제시했다.
법과 제도의 보완, 정비를 바라는 목소리도 크다.
상위법령 없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생겨나는 조례는 제각각인 만큼 가칭 은둔형 외톨이 지원법이나 청년 복지법 등을 제정해 자치법규의 토대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청년만을 대상으로 할지 그 밖의 연령대까지 지원해야 할지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 은둔형 외톨이만 지원하면 중장년층이 소외되고, 청년 지원 영역에서도 은둔형 외톨이만 지원하면 다른 유형의 정서·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배제될 개연성이 있다.
정책 의지, 예산 배정 우선순위 등에 따라 지원 규모와 대상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은 청년을 우선 집중하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시, 보건복지부 등은 '고립·은둔 청년'에, 광주시는 전 연령대 '은둔형 외톨이'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광주시에 이어 은둔형 외톨이 실태 조사를 진행한 부산시는 전 연령대를 지원 대상으로 하면 비용이 클 것으로 보고 청년만으로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법령 제정, 실태 조사까지 예상되는 시간을 고려해 기존 정책 등을 활용해서라도 당장 지원을 확대,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진우 부산시 복지나눔팀장은 "실태조사 결과 불우한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학창 시절 따돌림을 경험하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분들이 사회에 나오려면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지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존 마음 건강 사업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빈 광주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사회기술 훈련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인데 정서적으로 단절돼 있으니 쉽지 않다"며 "내 마음속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학습할 기회부터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상담원에게는 몇 장의 사진이 전송됐다.
센터에서 상담받는 청년이 생활 습관 개선 차원에서 키운 식물이 싹을 틔운 모습이었다.
권용훈 상담원은 "싹이 무사히 난 것도 기뻤지만, 그 청년이 잘 자라고 있는 토마토 사진을 자발적으로 보낸 행동이 벅차고 감동적이었다"며 "아주 평범하지만 매우 특별한 새싹이었다. 청년이 사회로 나올 수 있기를 기다리면서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고 응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존 제도 활용해서라도 당장 '희망의 싹'부터 틔워야
[※ 편집자 주 = 은둔형 외톨이는 방이나 집 안에만 머물며 외부와 단절된 채 사회 활동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국내에서는 보다 먼저 심각성을 인지한 일본의 '히키코모리'라는 용어가 더 친숙한 실정입니다.
그나마 광주시에서 2019년 10월 15일 처음으로 지원 조례를 제정한 뒤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관심은 차츰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첫 조례 제정 3년을 맞아 은둔형 외톨이 실태, 지원 상황, 과제 등을 담은 기사를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 현장 활동가,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심각성을 전하며 시급한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한다.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외톨이 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고립으로 이어진다"며 "가족들은 누구한테 말하지도 못하고, 어디에 가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눈치 보고 말조심하는 생활뿐"이라고 말했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취업 지원 사업 등에 참여하더라도 모든 커리큘럼을 따라가기에는 활력이 부족해 결국 탈락하고 만다"며 "기존 지원만으로는 회복시키기에 충분치 않으니 어떻게든 공적으로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새로운 지원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숨어있는 대상자를 찾는 데 온라인 설문은 한계가 뚜렷한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표본을 설정해 찾아가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지자체뿐 아니라 행정복지센터, 복지관, 상담소, 학교 밖 청소년센터 등 민관의 협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적 탈 고립을 위한 다부처 협의체 조직을 제안했다.
교육부(학교 부적응), 국방부(군대 생활 부적응), 고용노동부(취·창업 실패),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형태다. 협의체를 중심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시·도 단위 제도를 도입해 시·군·구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 방안도 제시했다.
법과 제도의 보완, 정비를 바라는 목소리도 크다.
상위법령 없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생겨나는 조례는 제각각인 만큼 가칭 은둔형 외톨이 지원법이나 청년 복지법 등을 제정해 자치법규의 토대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청년만을 대상으로 할지 그 밖의 연령대까지 지원해야 할지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 은둔형 외톨이만 지원하면 중장년층이 소외되고, 청년 지원 영역에서도 은둔형 외톨이만 지원하면 다른 유형의 정서·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배제될 개연성이 있다.
정책 의지, 예산 배정 우선순위 등에 따라 지원 규모와 대상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은 청년을 우선 집중하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시, 보건복지부 등은 '고립·은둔 청년'에, 광주시는 전 연령대 '은둔형 외톨이'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광주시에 이어 은둔형 외톨이 실태 조사를 진행한 부산시는 전 연령대를 지원 대상으로 하면 비용이 클 것으로 보고 청년만으로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법령 제정, 실태 조사까지 예상되는 시간을 고려해 기존 정책 등을 활용해서라도 당장 지원을 확대,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진우 부산시 복지나눔팀장은 "실태조사 결과 불우한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학창 시절 따돌림을 경험하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분들이 사회에 나오려면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지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존 마음 건강 사업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빈 광주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사회기술 훈련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인데 정서적으로 단절돼 있으니 쉽지 않다"며 "내 마음속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학습할 기회부터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상담원에게는 몇 장의 사진이 전송됐다.
센터에서 상담받는 청년이 생활 습관 개선 차원에서 키운 식물이 싹을 틔운 모습이었다.
권용훈 상담원은 "싹이 무사히 난 것도 기뻤지만, 그 청년이 잘 자라고 있는 토마토 사진을 자발적으로 보낸 행동이 벅차고 감동적이었다"며 "아주 평범하지만 매우 특별한 새싹이었다. 청년이 사회로 나올 수 있기를 기다리면서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고 응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