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회주의 바늘만큼도 안돼"…김정은, 외부문물에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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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간부 학교'에도 남한문화 유입된 듯…사상교육 강화
전문가 "평양 청년들, 밖에선 김정은 찬양·안에선 南콘텐츠 즐겨" 북한에 남한 등 외부 문물이 유입되면서 청년들의 의식까지 흔들어놓자 북한 수뇌부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통제 수위를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만경대혁명학원·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당에서 가장 타매(唾罵·더럽게 여기고 경멸)하는 비당적이고 비혁명적이며 비사회주의적인 요소가 '바늘 끝'만큼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투쟁과 교양의 도수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리 당이 품 들여 가꾸는 혁명학원이라는 화원에 잡초나 독초가 뿌리 내릴 자그마한 공간도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이들을 참된 혁명가로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은 이미 2년 전부터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주민들을 단속해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쓴소리를 한 장소가 이른바 '혁명가 유자녀들'이 다니는 '최고의 엘리트 간부 양성소'여서 북한당국이 외부 문물 유입에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보여준다.
북한 청년층 깊숙이 비사회주의적 행동양식이 유행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도부의 불안을 반영하듯 최근 북한에선 사상교육이 꼬리를 물고 열리고 있다.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중앙위원회는 8월에 이어 지난 12일 전원회의를 열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과의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하자"고 결의했다.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 역시 8월과 10월 전원회의에서 "우리 사상, 우리 제도, 우리 문화를 엄중히 위협하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해 투쟁하자"고 외쳤고, 지난 6일 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 방안이 논의됐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미디어의 발전으로 걷잡을 수 없이 외부 문화가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인권단체 '루멘'이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북한 주민들이 스마트폰의 보안 시스템을 뚫고 현지에서 허용되지 않는 앱을 깔고서 외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다.
장마당에서는 USB(이동식 저장장치)에 담긴 남한 문화 콘텐츠가 활발하게 유통된다고 한다.
그 결과 평양 청년들의 의식구조도 점차 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 당국이 '남편을 남한식 표현인 오빠라고 부르지 말고 여보라고 부르라'고 단속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시효 숭실통일평화연구원 박사가 최근 '2022 북한연구학회 추계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평양 청년들은 공적인 공간에서는 김정은을 찬양하지만, 뒤돌아서면 중국식 경제개방을 논하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즐기며 남한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말투, 행동을 따라 하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한 1990년대생 탈북민은 "고위층일수록 노골적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며 간부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주변 간부들이 한국 영상물을 먼저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남한 방송 전파가 잡히는 국경 지역에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남한 TV를 시청했고, 단속의 두려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고위층 자녀들은 학교 기숙사나 교실에서 대놓고 남한 TV를 봤다고 설명했다.
한 탈북민은 "빨리 중국이 먹어주든 한국이 먹어주든 해서 우리가 자유롭게 청바지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시효 박사는 이를 두고 "아버지 세대와 지금 평양 청년세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발성이 없다는 점"이라며 "평양의 지배는 '자발적 이데올로기 지배'에서 '수동적, 체념적 이데올로기 지배'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새로운 영화, 드라마를 제작하고 신인 가수를 공개하는 등 자국 예술을 띄우고 있지만, 체제 선전 일색이어서 문화 소비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전문가 "평양 청년들, 밖에선 김정은 찬양·안에선 南콘텐츠 즐겨" 북한에 남한 등 외부 문물이 유입되면서 청년들의 의식까지 흔들어놓자 북한 수뇌부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통제 수위를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만경대혁명학원·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당에서 가장 타매(唾罵·더럽게 여기고 경멸)하는 비당적이고 비혁명적이며 비사회주의적인 요소가 '바늘 끝'만큼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투쟁과 교양의 도수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리 당이 품 들여 가꾸는 혁명학원이라는 화원에 잡초나 독초가 뿌리 내릴 자그마한 공간도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이들을 참된 혁명가로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은 이미 2년 전부터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주민들을 단속해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쓴소리를 한 장소가 이른바 '혁명가 유자녀들'이 다니는 '최고의 엘리트 간부 양성소'여서 북한당국이 외부 문물 유입에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보여준다.
북한 청년층 깊숙이 비사회주의적 행동양식이 유행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도부의 불안을 반영하듯 최근 북한에선 사상교육이 꼬리를 물고 열리고 있다.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중앙위원회는 8월에 이어 지난 12일 전원회의를 열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과의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하자"고 결의했다.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 역시 8월과 10월 전원회의에서 "우리 사상, 우리 제도, 우리 문화를 엄중히 위협하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해 투쟁하자"고 외쳤고, 지난 6일 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 방안이 논의됐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미디어의 발전으로 걷잡을 수 없이 외부 문화가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인권단체 '루멘'이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북한 주민들이 스마트폰의 보안 시스템을 뚫고 현지에서 허용되지 않는 앱을 깔고서 외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다.
장마당에서는 USB(이동식 저장장치)에 담긴 남한 문화 콘텐츠가 활발하게 유통된다고 한다.
그 결과 평양 청년들의 의식구조도 점차 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 당국이 '남편을 남한식 표현인 오빠라고 부르지 말고 여보라고 부르라'고 단속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시효 숭실통일평화연구원 박사가 최근 '2022 북한연구학회 추계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평양 청년들은 공적인 공간에서는 김정은을 찬양하지만, 뒤돌아서면 중국식 경제개방을 논하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즐기며 남한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말투, 행동을 따라 하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한 1990년대생 탈북민은 "고위층일수록 노골적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며 간부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주변 간부들이 한국 영상물을 먼저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남한 방송 전파가 잡히는 국경 지역에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남한 TV를 시청했고, 단속의 두려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고위층 자녀들은 학교 기숙사나 교실에서 대놓고 남한 TV를 봤다고 설명했다.
한 탈북민은 "빨리 중국이 먹어주든 한국이 먹어주든 해서 우리가 자유롭게 청바지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시효 박사는 이를 두고 "아버지 세대와 지금 평양 청년세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발성이 없다는 점"이라며 "평양의 지배는 '자발적 이데올로기 지배'에서 '수동적, 체념적 이데올로기 지배'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새로운 영화, 드라마를 제작하고 신인 가수를 공개하는 등 자국 예술을 띄우고 있지만, 체제 선전 일색이어서 문화 소비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