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20년 한길 '김해시의사회 외국인노동자 진료소'

2001년 7월 문 열어 코로나19 유행 2년 빼고 매주 일요일 진료
합법·불법 체류 가리지 않고 외국인 무료 진료
객지에 나가 있을 때 몸이 아프면 고향, 가족이 그리워진다. 하물며 돈을 벌려고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에 나가 있을 때 다치거나 몸까지 아프면 서러움은 더해진다.

경남 김해시는 경기도 안산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외국인 밀집 지역이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76개국 외국인과 외국 국적 동포가 2만 명이 넘는다. 김해시는 중소기업이 7천600개나 된다.

일자리를 찾아 김해시로 외국인들이 몰린다.

인근 부산시, 창원시 거주 외국인들도 물가가 비교적 싼 김해시를 자주 찾는다. 김해시 중에서도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서상동에 김해시의사회 외국인노동자 진료소(이하 진료소)가 있다.

이곳은 2001년 7월 8일 개소했다.

20년 넘게 한곳에서 아픈 외국인들을 진료하고 약을 처방해준다. 진료비, 약 처방비는 받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최근 2년간 문을 닫았을 때를 제외하고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3∼4시간 정도 문을 연다.

당시 김해시의사회 부회장이던 강의권(66) 미래산부인과 원장 제안으로 진료소가 개소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20년 전에도 궂은일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이 김해시에 무척 많아 지역사회 봉사활동으로 외국인 상대 무료 진료소를 열기로 했죠"
강 원장은 내친김에 진료소장까지 맡았다.

진료소는 강 원장 병원 옆에 있다.

"한해에 분만을 100건 넘게 할 정도로 잘 됐어요.

혹시나 병원을 넓히려면 쓰려고 병원 옆에 사둔 땅이 있었는데 그 땅에 있던 건물에 진료소를 운영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진료소가 20년을 훌쩍 넘었다.

강 원장은 김해시나 다른 기관단체 도움을 일절 받지 않고 진료소를 운영한다고 했다.

김해시의사회 지원, 강 원장 개인 비용으로만 진료소를 꾸려간다.

"외부 지원을 받으면 이리저리 휘둘리고 문제가 생기기 쉬운데, 의사회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외국인이 많이 오가는 곳에 진료소가 있어 20년 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것이 강 원장의 결론이다.

그의 말마따나 외국인이 많은 다른 지역에서도 외국인 상대 무료 진료소가 있었지만, 20년 넘게 꾸준히 운영한 곳은 여기밖에 없다.

진료과를 가리지 않고 김해시의사회 회원 의사들이 매주 일요일 순환근무 방식으로 외국인들을 무료진료한다.

합법·불법 체류 여부를 묻지 않고 진료를 해 준다.
김해대 간호학과 학생들도 진료를 돕는다.

일요일 오후 문을 열 때마다 30명 안팎, 연간 1천여명 가량이 이곳에서 진료를 받는다.

지금까지 2만명 정도가 이곳에서 도움을 받은 셈이다.

대부분이 동남아,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들이다.

"생활 질환은 가리지 않고 봐줍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몸을 쓰는 반복적인 일에 많이 종사하다 보니 근육통, 관절 질환이 많아요.

스트레스 때문에 위장장애도 많고, 숙식이 열악한지 피부병도 제법 있고… 겨울철에는 역시 감기약이 제일 많이 나가죠"
진료소는 의자·책상 등 간단한 진료 설비, 국적별로 정리한 진료 기록지, 해열제·파스 등 생활 속 질환 치료에 요긴하게 쓰이는 약통을 넣은 진열장 등이 놓여 있다.

김해시의사회는 앞으로도 진료소 운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강 원장은 "언제 진료소가 문을 닫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 자리에서 외국인들을 진료해주는 것이 김해시의사회와 저의 목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