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단장 "코로나 치료제 개발 멈추고 다음 팬데믹 노려야"

소임 마치는 묵현상 "백신은 소기의 성과 거뒀지만…치료제는 아쉬워"
올해로 KDDF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 종료
"전염병은 또 옵니다. 기업들은 여기서 딱 멈추고 지금까지 한 연구를 캐비넷에 잘 넣어뒀다가 다음 전염병에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및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의 말이다.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이 2020년 9월 시작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 종료를 약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다.

묵 단장은 17일 마포구 공덕동 집무실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해놓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연구는 어디로 없어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4년 정도가 되면 정부는 더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예산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환자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 수백억 원이 드는 임상을 정부 지원 없이 감당할 수 없으니 개발을 잠시 멈추자는 게 묵 단장의 생각이다.

약 2년 동안 사업단은 12차례 공고를 내 코로나 백신·치료제 임상·비임상시험을 지원했고, 이제 마지막으로 2022년도 4차 신규 지원 과제를 선정 중이다. 사업단은 그간 치료제 개발사 7곳의 10개 과제, 백신 개발사 14곳 19개 과제를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5차까지 진행된 신규 과제 선정이 올해에는 4차까지만 진행되고, 올해 진행된 3차까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는 한 곳도 선정되지 않으면서 업체들은 개발을 계속할지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묵 단장은 "백신과 치료제는 똑같이 중요하다"며 "다만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에 있어서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허가된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MSD의 라게브리오 두 개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차 공고도 실제 과제 협약과 지원은 2022년 예산으로 올해 2월에 이뤄졌다.

2023년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사업 예산이 책정돼있지 않아서 지금 5차 선정을 해도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단 분위기와는 다르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업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최근 신속한 임상 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며 지원을 계속하는 모습이다.

묵 단장은 이에 대해 "지원이 아니라 문턱을 낮춘 것"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환자가 없어 임상을 진행하지 못하는데 설사 허가를 해준들 어쩌겠냐"며 무리해서 돈을 쓸 게 아니라 다음 전염병 때 정부가 더 크게 지원할 때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업단이 종료되는 시점에서의 소회를 물었다.

"백신은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다음 감염병이 오면 즉시 덤벼들 수 있는 기업이 적어도 4곳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그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려면 기초 바이러스 연구소가 나서서 바이러스 연구와 임상을 준비·진행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국외 감염병 연구팀과 활발하게 협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겸직을 끝내고 내년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으로서 목표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약이 기술 수출로 끝나선 안 된다"며 "여러 제약사를 끌어모아 좋은 연구를 만들고, 여기에 글로벌 빅파마를 껴서 공동 개발·판매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묵 단장은 국가신약개발재단 설립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투자심의위원회 의원과 3대 사업단장으로 역임했다. 2020년 9월부터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의 단장을 겸직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