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추운 겨울] ① 전례없는 '에너지 한파' 몰아친다…쇼크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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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제재에 '가스 중단' 응수…각국 脫러시아·대체에너지 확보 '비상'
초유의 에너지난에 랜드마크 소등·공장 가동 중단 위기…전방위적 충격파
치솟는 물가, 짙어지는 경기침체 그림자…최악 인플레에 "못 살겠다" 거리로
불안감 틈타 '극우' 약진, 정치지형도 요동…IMF "내년 겨울 더 심각할 수도"
[※ 편집자 주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전례 없는 에너지난 속에 유럽이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게 됐습니다. 물가가 급등하고 경기침체 위기가 고조되는 등 에너지 쇼크의 파장은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오고 있고 일부 기업들은 셧다운까지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각국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탈(脫)러시아' 움직임에 속도를 내는 한편 신재생에너지에 눈을 돌리는 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장 에너지 절감 문제도 유럽연합(EU)와 각국의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연합뉴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난이 촉발하게 된 과정과 유럽 각국의 현주소, 대책, 전망을 짚어보는 5건의 기획물을 송고합니다.
] 유럽이 '혹독한 겨울'을 치를 준비에 분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유럽의 약한 고리인 에너지를 무기 삼아 '가스 꼭지'를 잠그는 '보복'에 나서면서 에너지난이 유럽 전역을 강타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단순한 '에너지 부족' 사태를 넘어서 경제와 정치 전반에 걸쳐 그 충격파는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가 에너지 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유럽 각국의 산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을 이미 줄였거나 아예 '셧다운'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157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독일의 바스프(BASF)도 예외는 아니다.
에너지 요금 등 물가는 치솟고 지갑은 얇아지면서 경기침체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프랑스, 체코 등지에서는 수 만 명이 에너지 위기와 물가 급등 대책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적 불안감을 자극하고 기성 정치집단의 '위기 대응 실패'를 부각한 극우 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며 유럽 정치 지형마저 뒤바꾸고 있다.
◇ 러 가스 수입, 40%→9% '뚝'…의무감축·대체재 확보 안간힘
19일(현지시간)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올해 3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의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러시아산 의존도는 24.4%다.
러시아라는 개별 국가가 전체 에너지 공급원의 4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주요 에너지원별로 보면 러시아산 의존도는 더 두드러진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2020년 기준 EU에서 사용 가능한 천연가스 총량의 41.1%가 러시아산으로 집계됐다.
이는 EU 전체에서 자체 생산(12.6%)하는 규모의 약 3배 수준이다.
그러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은 전체의 9%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EU 집행위원회는 전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이 본격화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관 운영사인 유로폴 가즈 등을 비롯한 유럽 내 에너지 기업에 대해 자체적인 제재를 이유로 폴란드를 지나 독일로 러시아 가스를 실어 나르는 '야말-유럽 가스관'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6월부터는 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공급량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면서 '에너지 무기화'를 노골화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은 여러 루트가 있지만, 전쟁 이전에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의 40% 정도를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이에 EU는 모든 27개 회원국이 피크시간대 전력 사용을 5%씩 의무적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각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10%까지 전력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가 소유·운영하는 건물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기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건물과 스포츠 시설의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온수 공급을 아예 중단하기로 하는가 하면, 이탈리아는 프로축구 리그까지 나서서 경기장 조명 소등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EU는 오는 12월부터 화석연료 사용 기업으로부터 '연대 기여금'이라는 명칭의 일종의 '횡재세'를 걷어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력회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 이윤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이윤 상한제 등 재원 마련 대책도 내놨다.
중장기적으로는 '탈(脫)러시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유럽은 노르웨이, 아제르바이잔 등 천연가스 대체 공급처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등 시장 다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 쏟아지는 대책에도…가격·공급안정 실효성엔 한계
각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절약 대책을 쏟아내면서 일단 올겨울 '급한 불'은 끌 수 있으리란 낙관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독일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해 천연가스 저장량을 11월 1일까지 95%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 목표치를 최근 달성했다.
유럽 천연가스 공급업계 단체인 GIE도 유럽 내 가스 비축량이 91%가량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는 당초 EU가 11월까지 목표치로 한 80%를 웃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예상치 못한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다면 상황은 언제라도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치솟을 대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단발성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당장 천연가스 가격 안정을 위해 일부 EU 국가들이 도입을 주장하는 가스 가격상한제만 하더라도 거듭된 논의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대체 수입국들이 에너지 시장 가격 변동성을 주시하면서 생산량을 조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확보 경쟁이 과열된다면 에너지 위기가 유럽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물가도 고공행진…짙어지는 경기침체 그림자
에너지 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0%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7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또 갈아치운 것이자, 첫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 가격이 1년 전보다 40.8% 치솟았다.
고점을 모르고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0.75%P 추가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오는 27일 차기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올리는 것은 물론, 당분간은 ECB의 금리 인상 행보가 지속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에너지 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라고 진단하면서 "2023년 겨울은 (올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초유의 에너지난에 랜드마크 소등·공장 가동 중단 위기…전방위적 충격파
치솟는 물가, 짙어지는 경기침체 그림자…최악 인플레에 "못 살겠다" 거리로
불안감 틈타 '극우' 약진, 정치지형도 요동…IMF "내년 겨울 더 심각할 수도"
[※ 편집자 주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전례 없는 에너지난 속에 유럽이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게 됐습니다. 물가가 급등하고 경기침체 위기가 고조되는 등 에너지 쇼크의 파장은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오고 있고 일부 기업들은 셧다운까지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각국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탈(脫)러시아' 움직임에 속도를 내는 한편 신재생에너지에 눈을 돌리는 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장 에너지 절감 문제도 유럽연합(EU)와 각국의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연합뉴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난이 촉발하게 된 과정과 유럽 각국의 현주소, 대책, 전망을 짚어보는 5건의 기획물을 송고합니다.
] 유럽이 '혹독한 겨울'을 치를 준비에 분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유럽의 약한 고리인 에너지를 무기 삼아 '가스 꼭지'를 잠그는 '보복'에 나서면서 에너지난이 유럽 전역을 강타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단순한 '에너지 부족' 사태를 넘어서 경제와 정치 전반에 걸쳐 그 충격파는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가 에너지 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유럽 각국의 산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을 이미 줄였거나 아예 '셧다운'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157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독일의 바스프(BASF)도 예외는 아니다.
에너지 요금 등 물가는 치솟고 지갑은 얇아지면서 경기침체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프랑스, 체코 등지에서는 수 만 명이 에너지 위기와 물가 급등 대책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적 불안감을 자극하고 기성 정치집단의 '위기 대응 실패'를 부각한 극우 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며 유럽 정치 지형마저 뒤바꾸고 있다.
◇ 러 가스 수입, 40%→9% '뚝'…의무감축·대체재 확보 안간힘
19일(현지시간)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올해 3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의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러시아산 의존도는 24.4%다.
러시아라는 개별 국가가 전체 에너지 공급원의 4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주요 에너지원별로 보면 러시아산 의존도는 더 두드러진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2020년 기준 EU에서 사용 가능한 천연가스 총량의 41.1%가 러시아산으로 집계됐다.
이는 EU 전체에서 자체 생산(12.6%)하는 규모의 약 3배 수준이다.
그러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은 전체의 9%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EU 집행위원회는 전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이 본격화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관 운영사인 유로폴 가즈 등을 비롯한 유럽 내 에너지 기업에 대해 자체적인 제재를 이유로 폴란드를 지나 독일로 러시아 가스를 실어 나르는 '야말-유럽 가스관'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6월부터는 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공급량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면서 '에너지 무기화'를 노골화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은 여러 루트가 있지만, 전쟁 이전에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의 40% 정도를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이에 EU는 모든 27개 회원국이 피크시간대 전력 사용을 5%씩 의무적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각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10%까지 전력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가 소유·운영하는 건물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기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건물과 스포츠 시설의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온수 공급을 아예 중단하기로 하는가 하면, 이탈리아는 프로축구 리그까지 나서서 경기장 조명 소등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EU는 오는 12월부터 화석연료 사용 기업으로부터 '연대 기여금'이라는 명칭의 일종의 '횡재세'를 걷어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력회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 이윤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이윤 상한제 등 재원 마련 대책도 내놨다.
중장기적으로는 '탈(脫)러시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유럽은 노르웨이, 아제르바이잔 등 천연가스 대체 공급처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등 시장 다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 쏟아지는 대책에도…가격·공급안정 실효성엔 한계
각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절약 대책을 쏟아내면서 일단 올겨울 '급한 불'은 끌 수 있으리란 낙관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독일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해 천연가스 저장량을 11월 1일까지 95%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 목표치를 최근 달성했다.
유럽 천연가스 공급업계 단체인 GIE도 유럽 내 가스 비축량이 91%가량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는 당초 EU가 11월까지 목표치로 한 80%를 웃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예상치 못한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다면 상황은 언제라도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치솟을 대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단발성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당장 천연가스 가격 안정을 위해 일부 EU 국가들이 도입을 주장하는 가스 가격상한제만 하더라도 거듭된 논의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대체 수입국들이 에너지 시장 가격 변동성을 주시하면서 생산량을 조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확보 경쟁이 과열된다면 에너지 위기가 유럽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물가도 고공행진…짙어지는 경기침체 그림자
에너지 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0%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7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또 갈아치운 것이자, 첫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 가격이 1년 전보다 40.8% 치솟았다.
고점을 모르고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0.75%P 추가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오는 27일 차기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올리는 것은 물론, 당분간은 ECB의 금리 인상 행보가 지속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에너지 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라고 진단하면서 "2023년 겨울은 (올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