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변한 농수산물시장…망연자실 상인들 "못 쳐다보겠다"

그을린 지붕만 앙상해…타다 남은 감·사과 등 점포 바닥 나뒹굴어
"거래장부 불타 외상값 얼마인지도 몰라"…상인, 울먹이며 가슴 쳐
"어젯밤 불로 거래 장부까지 타버리는 바람에 외상값이 얼마인지도 몰라 막막하기만 합니다. "
26일 오전, 대구시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물 구역 앞.
전날 난 큰불로 도매시장 A-1동 주변은 그을린 지붕만 남기고 그 아래는 대부분 잿더미로 변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경찰 등의 합동 감식을 앞두고 현장에는 화재 피해 상인들이 나와 가슴을 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웃 상가 상인과 주민 등도 찾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A-1동 천장은 곳곳에 구멍이 났고, 천장을 떠받치던 기둥은 뼈대를 드러냈다.

바람을 막던 벽면도 화재 영향인지 잿빛으로 변했다.

상가 바닥에는 진화를 위해 뿌린 물이 재와 뒤섞여 검게 흘렀다. 또 타다 남은 감·사과 등 과일은 점포 바닥마다 나뒹굴었다.

곳곳에 어제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집기들로 흩어져 있었다.

다행히 화재를 피한 옆 상가동의 상인들은 평상시처럼 농수산물을 싣고 온 차량에서 물건을 내리고, 점포로 옮겼지만 남의 일 같지 않은 듯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 상인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울먹였고, 가슴을 치기도 했다.

23년 동안 청과상회를 운영한 박모(60)씨는 "감 등 제철 과일을 한참 많이 팔아야 할 때인데 불이 났다"며 "팔려고 내놓은 과일뿐 아니라 지게차와 저온 창고도 모두 불에 타 버려 피해 금액도 추정 못 할 정도이다.

불에 탄 점포는 쳐다보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청과상(64)은 "어젯밤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왔지만, 점포는 불길 속에 무너져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5일 오후 매천시장 A-1동에서 난 불은 입점한 점포 69곳의 90%(소방추산)가량을 태운 뒤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