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리본 달고 수업하라고?"…반발한 초등학교 교사

초등교사, 국가애도기간에 반발
이태원 압사 사고로 156명 사망
행정안전부,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 발표
근조리본을 단 오세훈 서울시장과 글씨가 없는 검은리본을 단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국가애도기간 세부 지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교사 A 씨는 지난달 31일 익명 커뮤니티에 "검은 리본을 달고 수업하라고 한다"면서 "아이들이 왜 리본 달고 있냐고 물으면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A 씨는 "왜 군인이 훈련받다 죽었을 때는 리본 안 다나. 그것도 슬픈 일인데"라며 "국가 애도기간은 한 명이나 열 명이 죽으면 안 되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죽어야만 되는 건가.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때 사람들 많이 죽었는데 왜 국가애도기간 지정 안 됐나"라고 반문했다.

아이들의 질문 방식을 빌어 게재된 이 글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교직원은 검은 리본을 착용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A 씨는 "이태원 압사 참사가 슬픈 일은 맞는데 기준이 없다"면서 "아이들이 이게 공정과 상식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의문이다"라고 글을 맺었다.A 씨가 언급한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2014년 10월 경기 성남 판교 야외공연장의 환풍구가 붕괴해 환풍구 덮개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사람들이 약 20m 아래로 추락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이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이태원 참사로 중상자였던 이들이 잇달아 숨지면서 사망자는 156명으로 늘어났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 가운데 여성은 101명, 남성은 55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총 151명(중상 29명, 경상 122명)이다.행정안전부는 지난 30일 각 시도는 물론 중앙부처 등에도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착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무원들은 근조 글씨가 없는 리본을 찾기 어려워지자 거꾸로 다는 등 혼란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