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마지막까지 추모 발길…"일주일 내내 잠못자"

"대통령, 조문 올 시간에 대책 세워야" 쓴소리도
5일 서울시청 광장 분향소.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자 토요일인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초겨울에 버금가는 쌀쌀한 날씨 속에 저마다 두꺼운 외투나 점퍼를 차려입고 옷깃을 여미며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제단 앞에 목도리 혹은 모자를 벗어 바치는 이도 있었다.

공식 애도기간의 종료를 앞두고서인지 분위기는 더욱 무거웠고 엄숙했다. 전날 아들을 잃은 한 유족이 내동댕이친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의 근조화환은 이날 새로 마련돼 같은 자리에 놓였다.

대학생 유모(24) 씨는 "왜 그랬는지 그 마음이 그려진다.

어떤 부모여도 그러고 싶었을 것 같다"고 했다. 분향소 현판 문구가 '이태원 사고 사망자'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바뀐 것도 눈에 띄었다.

분향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참사가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며 한목소리로 정부를 성토했다.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경찰 등 관계기관을 향해 분노와 답답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홀로 분향소를 찾은 50대 소모 씨는 "대응할 시간이 분명 있었는데..."라며 "같은 부모의 마음에서 얼마나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학생 딸과 함께 온 오경숙(51) 씨도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조문하러 올 시간에 수습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낫지 않나 싶다"라고 쓴소리했다.

그러면서 "제 딸이 그날 이태원 가겠다고 했으면 저도 그냥 보냈을 것 같다.

남 일이 아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참사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한국으로 여행 온 독일 거주민 김효주(40) 씨는 "참사 당일 저희도 다른 도시에 있지 않았더라면 이태원에 갔을 수도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분향소를 찾아왔다"고 침통함을 표현했다.

최순례(77) 씨는 북받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목에 두른 스카프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대학생 손녀딸이 '나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얘기를 한다.

일주일 내내 잠을 못 잤다. 가슴에 뭐가 박힌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