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을 살릴 수도 있으니까"…'진지해진' CPR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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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교육 문의 크게 늘어…교육생 집중도도 높아져" "매뉴얼대로만 하면 누가 하든 똑같습니다. 구급대원도, 의료진도 아닌, 바로 여러분이 살리는 것입니다.
"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자동심장충격기(AED) 실습 교육이 열린 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상봉보건지소. 50∼60대 주민 18명이 줄을 맞춰 박선욱 강사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강사의 얼굴을 보려고 통로 쪽으로 자리를 고쳐 앉아 목을 앞으로 쭉 빼기도, 스마트폰으로 영상의 장면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손을 들고 "중랑구 내에 심장충격기가 어디있나요"라고 질문한 교육생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는 지역 보건소의 CPR 교육장의 풍경마저 바꿨다.
'평생 한 번 써먹을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일반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에 '당장 내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약 10년째 CPR 교육을 한 양홍진 강사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교육이었는데 교육 집중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중랑구 보건소 관계자도 "최근 단체로 CPR 교육을 신청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복지시설, 어린이집, 종교단체에 찾아가 교육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라고 소개했다.
박 강사는 교육을 시작하면서 심정지를 최초 발견한 사람의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심정지 환자가 깨어날 수 없다고 도망가지 말고 대처해달라고 먼저 당부했다. "심정지가 5분 이상 계속되면 산소공급이 중단돼 뇌가 손상됩니다.
멈춘 심장을 강하게 압박해 피를 순환시키면 환자가 깨어날 확률은 2∼3배 커집니다.
"
그러면서 환자의 어깨를 먼저 두드려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괜찮으세요, 정신이 드세요"라고 외치자 교육생들이 한목소리로 힘차게 따라 했다.
그다음 단계는 당황하지 않고 119에 신고하는 일이었다.
이런 두 단계의 사전 동작을 마친 뒤 비로소 구령에 맞춰 본격적인 CPR이 시작됐다.
"자, 명치에서 두 마디 위가 심장이 있는 위치입니다.
팔을 펴고 하체를 들어 정확한 자세로 압박해야 힘을 온전히 전할 수 있습니다.
"
박 강사는 2분간 30번씩 모두 7번을 압박해야 한다고 설명한 뒤 '하나'에서 '서른'까지 모두 7번을 반복하면서 큰 소리로 구령을 붙였다.
이렇게 구령에 맞춰 교육생이 따라 해야 하는 압박 횟수는 2분 동안 모두 210번. 1초에 거의 2번꼴로 가슴을 5㎝ 깊이로 힘껏 누르는 것이 일반인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CPR 실습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아이고, 힘들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교육생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을 훔쳤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CPR 교육을 신청해 수강했다는 지흥기(65)씨는 "반복해서 교육을 들으니 자신감이 점점 붙는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CPR은 특별한 의술이 아닌 남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CPR교육을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득일 것"이라고 했다.
강의 영상을 여러 번 촬영하고 꼼꼼히 메모한 '열혈 교육생' 조혜선(71)씨는 CPR 교육이 처음이라고 했다. 조씨는 "집에 가서도 복습을 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가슴 압박 횟수와 깊이, 속도 등을 메모했다"며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만 처음이다 보니 아직은 확신이 부족해 기회가 있으면 추가로 교육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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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자동심장충격기(AED) 실습 교육이 열린 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상봉보건지소. 50∼60대 주민 18명이 줄을 맞춰 박선욱 강사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강사의 얼굴을 보려고 통로 쪽으로 자리를 고쳐 앉아 목을 앞으로 쭉 빼기도, 스마트폰으로 영상의 장면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손을 들고 "중랑구 내에 심장충격기가 어디있나요"라고 질문한 교육생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는 지역 보건소의 CPR 교육장의 풍경마저 바꿨다.
'평생 한 번 써먹을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일반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에 '당장 내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약 10년째 CPR 교육을 한 양홍진 강사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교육이었는데 교육 집중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중랑구 보건소 관계자도 "최근 단체로 CPR 교육을 신청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복지시설, 어린이집, 종교단체에 찾아가 교육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라고 소개했다.
박 강사는 교육을 시작하면서 심정지를 최초 발견한 사람의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심정지 환자가 깨어날 수 없다고 도망가지 말고 대처해달라고 먼저 당부했다. "심정지가 5분 이상 계속되면 산소공급이 중단돼 뇌가 손상됩니다.
멈춘 심장을 강하게 압박해 피를 순환시키면 환자가 깨어날 확률은 2∼3배 커집니다.
"
그러면서 환자의 어깨를 먼저 두드려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괜찮으세요, 정신이 드세요"라고 외치자 교육생들이 한목소리로 힘차게 따라 했다.
그다음 단계는 당황하지 않고 119에 신고하는 일이었다.
이런 두 단계의 사전 동작을 마친 뒤 비로소 구령에 맞춰 본격적인 CPR이 시작됐다.
"자, 명치에서 두 마디 위가 심장이 있는 위치입니다.
팔을 펴고 하체를 들어 정확한 자세로 압박해야 힘을 온전히 전할 수 있습니다.
"
박 강사는 2분간 30번씩 모두 7번을 압박해야 한다고 설명한 뒤 '하나'에서 '서른'까지 모두 7번을 반복하면서 큰 소리로 구령을 붙였다.
이렇게 구령에 맞춰 교육생이 따라 해야 하는 압박 횟수는 2분 동안 모두 210번. 1초에 거의 2번꼴로 가슴을 5㎝ 깊이로 힘껏 누르는 것이 일반인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CPR 실습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아이고, 힘들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교육생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을 훔쳤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CPR 교육을 신청해 수강했다는 지흥기(65)씨는 "반복해서 교육을 들으니 자신감이 점점 붙는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CPR은 특별한 의술이 아닌 남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CPR교육을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득일 것"이라고 했다.
강의 영상을 여러 번 촬영하고 꼼꼼히 메모한 '열혈 교육생' 조혜선(71)씨는 CPR 교육이 처음이라고 했다. 조씨는 "집에 가서도 복습을 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가슴 압박 횟수와 깊이, 속도 등을 메모했다"며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만 처음이다 보니 아직은 확신이 부족해 기회가 있으면 추가로 교육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