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희비…이승엽 두산 감독과 선동열 감독설 미스터리

두산 '이승엽 감독 후보' 보도 직후 이틀 만에 공식 선임
LG '선동열 감독설'에 말 아끼다 염경엽 새 감독 전격 임명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6일 염경엽 KBO 기술위원장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고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팀을 2년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이라는 염원을 이루지 못한 류지현 전 감독과 결별한 지 이틀 만이다.

염 감독과 LG의 내년 시즌 목표는 21년 만의 한국시리즈 출전, 29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새 출발 하는 LG에 응원과 격려의 박수가 쏟아지는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신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노출된 미숙한 일 처리다.

LG 구단이 류지현 전 감독과 작별하기로 하면서 '우승 청부사'를 새 사령탑으로 모시려고 한다는 여론이 팬들 사이에서 들불처럼 일었고, 야인(野人)인 선동열(60)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 유력한 새 LG 감독 후보로 거론됐다.

특히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시대를 풍미한 선 전 감독의 이름이 지난 이틀간 포털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해 감독 취임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LG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선 전 감독은 염경엽 신임 감독 발표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 LG측 인사를 직접 만난 적도, 어떤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윈스 야구단 최고위층 인사가 직접 접촉했다는 설도 나왔지만, 선 전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 전 감독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한 사이 LG는 예상을 깨고 팀 사정을 잘 아는 염 전 감독에게 지휘봉을 새로 맡겼다.

누구나 LG 구단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구단주가 감독을 결정하는 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야구 종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독 선임이 투명하게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대부분 보안 유지를 내세워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한다.

우리나라나 일본보다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MLB 구단만이 '면접'이라는 합리적·형식적 절차를 거쳐 후보군을 공개 압축하는 게 다를 뿐이다.

다만, 선동열이라는 이름 석 자가 한국 야구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새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연막' 또는 '병풍'이 되도록 LG 구단이 방치한 것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선동열은 KBO 사무국이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이한 올해 선정한 레전드(전설) 40인 중 전문가 투표와 팬 투표를 합산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독보적인 존재다.

선수, 구단, 팬, 언론이 각자의 자리에서 스타를 존중하고 예우해야 리그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특히 리그에서 몇 안 되는 전설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감독 선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단 최고위층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국보급 투수'의 명성을 엉뚱하게 소비한 LG의 행보는 이런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만하다.
레전드 40인 순위 4위에 오른 한국의 대타자 이승엽(46)이 두산 베어스 감독에 오른 과정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승엽 감독 역시 박정원 두산 구단주와의 식사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해 프로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사령탑으로 직행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두산의 새 감독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지 이틀 만에 두산은 이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역시 이름 석 자를 한국야구사에 깊고 굵게 아로새긴 이승엽은 감독 후보 보도와 함께 강력한 다크호스로 부상, 사실상 유력한 단독 후보로 대우받았고, 이견 없이 두산의 새 수장에 취임했다.

적어도 두산 야구단과 구단주 간에 이승엽 감독 선임에 관한 공감대가 확실하게 형성됐기에 오차 없이 일이 마무리됐다.

두산 구단은 공식 발표 전 여러 언론의 취재에 이승엽 감독 선임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파장이 워낙 세기에 두산이 부인할 여지도 없었다. 한국 야구가 낳은 독보적인 투수와 타자를 예우하는 방식이 두산과 LG의 팀 컬러만큼이나 달라 늦가을에 짙은 여운을 남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