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초에 "쌀·밀가루 주식으로" 선언했는데…성과 낼까

채소밭→밀밭 바꾸고 추수 끝낸 쌀논에도 밀 심어
인민의 주식을 옥수수에서 '흰쌀밥과 밀가루'로 바꾸겠다고 연초 선언한 북한이 올해 농사에서 이를 뒷받침할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올해 밀 농사 결과를 놓고 경험과 교훈을 똑바로 찾자' 제하 기사에서 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기울인 1년간의 노력을 소개했다.

신문은 "벼와 함께 밀 농사를 강하게 추진하여 알곡 생산 구조를 바꾸기 위한 벅찬 투쟁의 한 해가 흘렀다"며 "모든 것이 부족하고 기상기후 조건 또한 예년에 없이 불리한 속에서도 밀 재배 면적을 늘리고 정보(1정보=3천평)당 수확고를 높이기 위한 투쟁을 과감히 벌이며 좋은 경험을 창조하였다"고 자평했다.

밭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밀 재배에 적합한 논의 벼를 재빨리 베어낸 뒤 가을밀을 심었고, 채소밭까지 밀밭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또 빠른 뿌리 활착을 위해 벼 모내기를 하듯이 밀모판에 밀 모종을 길렀다가 추수를 마친 논에 옮겨심었다.

그 결과 평안남도 덕천시·숙천군, 함경남도 함주군·홍원군이 밀 농사에 좋은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생산 실적이 나쁜 지역을 겨냥해선 "품질이 좋지 못한 밀 종자를 심어 싹트는률과 겨울나이률을 높이지 못하였다.

지력 개선과 영양관리 대책을 잘 세우지 않고 적지 선정을 바로 하지 못하여 밀이 가물(가뭄)피해, 습해를 받아 높은 소출을 낼 수 없게 하였다"며 질타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당에서 중요한 과업을 제시하면 그것을 관철하기 전에는 쓰러질 권리조차 없다"며 "알곡 생산 구조를 바꿀 데 대한 당 정책 관철의 두 번째 해에 밀 농사를 본때 있게 짓기 위해 잡도리를 보다 단단히 하고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농업위원회 부국장 리영철도 이날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가을밀 재배법을 요목조목 설명하며 "알곡 증산의 확고한 담보를 마련하자"고 호소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역대 최장기간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감자와 옥수수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던 북한 주민의 주식을 쌀과 밀가루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중대 조치를 쏟아냈다.

국제 제재 장기화로 식량 수입과 원조가 여의치 않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 봉쇄를 단행, 유통망이 붕괴하자 곡물 생산구조 재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북한의 곡물 수입 의존도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한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위원(KREI)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지난 4월 공개한 '북한농업동향'에서 "북한의 농업정책에서 밀 농사 확대 강조는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가격의 폭등을 배경으로 한다"며 "특히 밀가루의 경우 국내 가공 및 유통비용의 추가로 가격 상승 폭도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조사한 북한 곡물가격 동향을 보면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가격은 2020년 3분기 이후 2021년 4분기까지 2.5배 이상 폭등했다.

같은 기간 자급자족이 가능한 쌀과 옥수수 가격은 별 변동이 없었다.

북한의 쌀과 옥수수 중국 수입 의존도는 2% 이하지만 밀가루의 경우 40∼60%에 육박한다. 한편 국내 연구기관들은 위성사진 분석 등을 통해 연말께 북한의 농업생산량 추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