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특수교육] ②함께 사는 법 배운다지만…통합교육 갈 길 멀다

유아 87.9% 통합교육 받지만 현장에선 '손길 부족' 하소연
일반 교사 인식 제고 위해 연수과정서 관련 교육 보강 필요

이슈&탐사팀 = 특수교육은 크게 두 갈래 형태로 이뤄진다. 장애인 교육을 위해 설립된 특수학교에 다니거나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법을 학교에서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통합교육이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통합교육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 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아기가 통합교육의 최적기라고 강조한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지내는 시기가 이를수록 장애아동의 사회성 발달에 좋고, 비장애아동의 인식 개선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이희연 경인교대 특수(통합)교육학과 교수는 "어차피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회에서 다 같이 살아가야 하니 조기에 통합교육을 받는 게 좋다"며 "초기 학령기부터 같은 교실에서 어울리며 수업활동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특수교육대상 유아 8천248명 중 통합교육을 받는 유아는 7천249명(87.9%)이다.

통합교육을 받는 비율은 2013년 79.3%에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런 추세와는 달리 일선 현장에선 ▲특수교사의 업무 가중▲일반교사의 비협조 등의 문제로 통합교육이 삐걱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몸이 열 개라도 부족…교사도 유아도 '몸살'
통합교육은 장애학생이 일반학급(통합학급)에서 생활하는 시간에 따라 완전통합교육과 부분통합교육으로 나뉜다.

완전통합교육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종일 일반학급에서 생활하고, 부분통합교육은 특수학급과 통합학급을 오가는 형태다.

이때 특수교사는 장애아동의 원활한 수업을 위해 통합학급에 따라 들어간다.

하지만 각기 다른 연령대의 유아들을 동시에 보살피는 특수교사의 업무 특성상 통합교육도 혼자서 여러 학년과 학급을 지원해야 한다.

많게는 4∼5개의 통합학급에 분산된 학생들을 두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특수교사의 신경은 중증 장애아동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심한 장애가 있는 경우 대소변 처리부터 식사까지 일일이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장애 정도가 가벼운 학생은 특수교사의 도움 없이 홀로 일과를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특수교사의 업무 가중이 유아 통합교육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7년 차 유치원 특수교사인 이은정(31) 씨는 "중증 장애아동이 있기라도 하면 교사는 그 아이에게 거의 다 맞춰야 한다"며 "다른 아이들은 교육의 질이 떨어지니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아들이 모두 동갑이라 같은 통합학급에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다.

특수교사 혼자 최대 4명의 학생을 동시에 돌보기는 만만치 않아서다.

이 씨는 "유아 4명이 같은 통합학급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며 "한 명을 앉혀놓으면 다른 한 명이 사라지는 게 일상이었다"고 전했다.

특수교사의 공백을 메우고 유아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특수교육실무원도 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특수교육실무원은 고졸 학력 외엔 별다른 자격요건이 요구되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치원 일반교사 A씨는 "특수교사가 다른 반에 들어가 있는 동안 특수교육실무원의 도움을 종종 받는다"면서도 "(그러나) 특수교사가 들어와 있을 때만큼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A씨는 "특수교사 인력을 충원하거나 실무원을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희연 교수는 "특수교육실무원은 통합교실에 들어가서 장애학생의 수업보조나 생활지도를 해야 하는데 충분한 준비 없이 현장에 배치된다"며 "자격요건을 강화하기보단 선발 후에 특수 및 통합교육에 대한 연수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우리 반 아이 아니잖아요"…일반학급서 '배제'
통합교육에서 '통합'은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협력도 필수다.

그러나 특수교사들은 일반교사의 인식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정 씨는 "특수학급 학생이 통합학급에 가는 시간을 사전 공지했음에도 자꾸만 그 아이 것은 빼고 수업자료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땐 상처받지만 그냥 웃으면서 '이 친구도 자료 주세요'하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수교육지원센터 유아특수교사로 일했던 정길순(52) 씨도 "22년 전 이 일을 시작했을 때보단 일반교사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면서도 "여전히 특수학급 학생들을 내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반교사 양성과정이 미흡해 이런 불협화음이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예비 일반교사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해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교직과목 세부 이수 기준을 살펴보면, 2017학년도 이후 입학자가 이수해야 할 특수교육 관련 과목은 2학점짜리 '특수교육학개론' 뿐이다.
이희연 교수는 "예비교사가 2학점 과목 하나만 듣고 현장에서 특수교육대상 유아를 가르치기엔 부족한 면이 많다"며 "특수·통합교육 관련 과목을 더 듣게끔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특수학급이나 통합학급에서 실습할 기회를 제공해 일찍이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교사의 전문성 제고도 요구된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특수교육 운영계획'에 따르면 일반 교원을 대상으로 한 자격연수, 직무연수 과정에 장애 이해 과목 1개 이상 개설을 '권장'하고 있을 뿐이다.

또 연수 대부분이 이론 위주여서 현장 적용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기룡 중부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통합교육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일반교사의 연수 기준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동시에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수과정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교사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통합교육까지 온전히 해내는 건 무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반학급에서 많게는 20명 넘는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데다 행정 업무까지 맡기 때문이다.

일반교사 경험이 있는 유치원 특수교사 박민정(30) 씨는 "일반교사도 담당하는 학생이 원체 많고, 그 중에선 특수학급 아이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할 친구들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합교육까지 신경 쓰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박 씨는 또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라포(친밀감)를 쌓고 협의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행정업무도 줄여주면 통합교육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필수 교직 이수 과목에 특수교육 분야를 확대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면서도 "대학 등과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교직이수 과목을 더 추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난감해했다.

선택 과목으로 신설한다는 대안도 있지만, 이럴 경우 학생들의 참여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학교장을 대상으로 매년 3시간 이상 통합교육을 듣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학교장, 교감 자격 연수에서도 특수 교육 과정을 한 과목 이상 이수하도록 시도교육청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반학교 교사들이 (장애학생도) 우리반 학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재교육 강화 방안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