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민간·군용 항공기에 자국산 엔진 공급 확대…9천600억 투입

"서방 제재 속 외국산 항공기 부품· 자재 의존도 줄여야"
서방 제재로 항공기 부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가 민간·군용 항공기에 사용할 자국산 엔진 공급 확대를 위해 1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한다. 14일(현지시간) 타스통신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부총리들과 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미슈스틴 총리는 "우리는 국내 민간 항공기와 군 수송기에 사용할 엔진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항공기 엔진을 제조하는 러시아 국영업체 '통합엔진 제작회사'(UEC)에 연방 기금 440억 루블(9천600여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방 제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외국산 항공기 부품과 자재 등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4년 말까지 수호이 슈퍼제트 여객기용인 PD-8 엔진 50개와 투폴례프(Tu)-214 여객기용 PS-90 엔진 20개, 신형 여객기 MC-21용 PD-14 엔진 14개 등을 제작하고, 고출력 엔진인 PD-35 시제품도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러시아 교통경제연구소 페도르 보리소프 수석연구원은 "서방 제재로 인한 항공업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진 개발은 러시아 정부가 우선해야 할 분야 가운데 하나"라며 "외국 부품을 받을 수 없는 까닭에 우리 스스로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항공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 후 계속되는 서방 제재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 등은 제재방안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 항공사들을 상대로 한 부품 공급과 기술 지원 등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 항공사들은 서방에서 수입한 항공기 유지·보수에 필요한 대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일부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보유 중인 보잉·에어버스 기종 여객기 등을 해체해 다른 여객기에 사용할 대체 부품을 확보하고 있다는 보도 역시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서방에서 수입한 여객기들을 대체할 자국산 항공기 제조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미슈스틴 총리는 지난달 17일 항공업계가 향후 몇 년 동안 매년 MC-21 여객기 36대와 수호이 슈퍼제트 여객기 20대 등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