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멜로의 귀환…영화 '창밖은 겨울'

곽민규·한선화 주연…20여년전 멜로 감성·향수 자극
석우는 서울에서 영화감독을 하다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 기사로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터미널에서 고장 난 MP3를 발견한다.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는 MP3를 누군가 버리고 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석우는 잠시 잃어버린 것이라며 주인이 찾아오길 기다린다.

두 사람은 누군가가 버리거나 혹은 잃어버렸을 MP3를 고치고자 전파사를 수소문해 찾아 나서고 둘의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 '창밖의 겨울'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침이면 출근해 버스를 몰고, 퇴근 뒤 탁구공을 방안 벽면에 몇 번 튀기다 잠드는 석우, 매표소에서 일하며 유실물을 관리하는 영애도 소박한 일상을 살기는 마찬가지다.

특별한 것 없는 하루를 보내던 석우와 영애에게 고장 난 MP3는 하나의 '사건'이다. 이별, 후회, 호감, 사랑 등 여러 감정이 스크린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채워간다.

작품은 20여 년 전 관객의 감성을 사로잡았던 멜로 영화들과 많이 닮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미술관 옆 동물원'(1998), '봄날은 간다'(2001) 등에 담겼던 서정적 스토리, 감수성의 연장선에 서 있는듯하다.
영화는 경남 진해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벚꽃축제인 군항제 등으로 유명한 진해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소박한 일상을 표현하는 무대가 된다.

진해는 작품을 연출한 이상진 감독이 20년 가까이 살았던 고향이다.

극 중 석우는 그가 영화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때 모습을 투영한 존재라고 한다.

이 감독은 지난 15일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진해하면 군항제가 떠오르지만, 관광지만 있는 것은 아니고 그곳에 일상이 있다"며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는 그런 일상 속 공간을 영화로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 중 석우로 출연한 곽민규는 독립영화 무대에서 얼굴을 많이 알려온 배우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버스를 모는 연기를 하고자 1종 대형 면허를 취득했다고 한다.

석우에게 호감을 느끼는 영애 역으로 나선 한선화는 발랄하고 당당한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단발로 변신했다.

작품에서는 석우와 영애가 탁구를 하는 장면이 꽤 등장한다.

두 배우는 촬영 전 탁구 레슨을 받고 집중적인 연습을 했다고 한다.

영화 속 석우와 영애가 탁구라켓을 들고 공을 주고받는 모습은 꽤 능숙해 보인다.

한선화는 "(촬영) 당시에 취미로 삼을 정도로 탁구에 재미를 느꼈다.

영화 때문에 배운 스포츠인데 재미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곽민규도 "이 영화 안에서 사는 동안 (석우같은) 그런 인물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석우나 영애처럼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 같은 취미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영화에는 MP3를 포함해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는 소재가 많다. 작품 속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인판사(인쇄소), 문구사(문구점), 이용원(미용실) 간판도 옛 감성을 더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