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희귀질환 가정에 찾아온 기적…국회 청원 5만 명 동참

20일간 1만명으로 저조…나머지 열흘 만에 4만명 동의 물결
요건 채워 보건복지위에 XLH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청원 회부
"우리 가정에 기적이 찾아왔어요. 솔직히 청원 초반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
17일 강원 춘천시 퇴계동에 사는 박모(52)씨는 최근 희귀질환을 앓는 딸을 위해 진행한 국회 청원이 목표 인원인 5만 명을 모두 채운 것을 확인하고 감격에 겨웠다.

박씨의 딸은 X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X-linked hypophosphatemia·XLH)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질병과 20년 넘게 싸우고 있다. 이 병은 국내에 환자가 채 100명도 안 되는 극 희귀질환으로 인의 대사에 관여하는 특정 호르몬이 과잉 생성돼 신장에서 인산염 소모가 늘어나 발생하는 유전병이다.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환자는 평생 심각한 근골격계 통증과 장애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며, 박씨의 딸도 극심한 관절·근육 통증과 골격 변형, 척추 휨 등으로 걷기도 힘든 고통을 겪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해당 질병의 치료제인 '크리스비타'를 승인했지만,
1년 치 약값이 2∼3억 원가량 들어가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처리가 되지 않았다. 이에 박씨는 지난달 17일 국회에 'XLH 치료제 크리스비타 신속 사용 승인에 관한 국민 청원'을 통해 치료제 비용의 건강보험 적용 청원을 올렸다.

1개월 안에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청원이 회부되지만, 20일이 지나도록 1만 명만 참여하는 등 저조해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동문회와 춘천 지역사회, 인터넷 대형 커뮤니티 등에 박씨 가정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청원은 급물살을 탔다. 결국 해당 청원은 이달 14일 오후 1시 36분께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위원회인 보건복지위에 넘겨졌다.

20일 동안 1만 명 동의를 얻고, 나머지 열흘에 4만 명을 채운 셈이다.

박씨는 "소식을 들은 딸이 '나 이제 유명해진 거냐'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며 "선진국에서 복지를 공부해 자기 같은 희귀질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