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260㏊ 소실' 고성산불 실화 혐의 한전에 징역·벌금 구형

검찰 "원인은 부품 시공하자" vs 변호인 "예측불허 자연재해"
1심 "증거 부족" 전·현직 7명 전원 무죄…2심 내년 1월 선고
2019년 4월 축구장 면적(0.714㏊) 1천700배가 넘는 산림 1천260㏊(1천260만㎡)를 잿더미로 만든 강원 고성산불 사건과 관련해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한전 직원들에게 항소심 검찰이 벌금형 또는 징역형을 각각 구형했다. 23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현직 한전 직원 7명의 업무상실화 등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당시 속초지사장과 간부급 직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직원 2명에게는 징역 1년을, 나머지 3명에게는 벌금 300만 원 또는 500만 원을 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구두변론을 통해 원심에서도 한전 측 과실로 인정했던 스프링 와셔 시공 하자를 재차 언급하며 하자와 산불 간 인과 관계가 있음을 주장했다. 또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사건 판례를 들어 안전관리 업무와 관련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동해안에 매년 국지적 강풍인 '양간지풍'이 부는 점을 고려하면 전선 관리 업무가 필요하다는 점이 도출된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한전은 피해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긴커녕 책임 떠넘기기와 책임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며 원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산불 이전부터 문제의 전선이 90도로 꺾여있었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꺾였더라도 전신주의 하자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나선 전문가가 '전선의 90도 꺾임 현상과 단선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도 근거로 내세워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경위야 어쨌든 산불이 발생한 건 안타깝지만, 법리적인 측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은 예상이 불가능한 강풍으로 인한 자연재해적 성격이 짙다"며 "국가, 지자체, 한전이 합심해 피해를 회복하고 제도보완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한전 직원들을 단죄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을 찾은 산불 이재민 중 일부는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2019년 4월 4일 발생한 대형산불과 관련, 전신주 하자를 방치해 끊어진 전선에서 발생한 아크 불티가 확산하면서 899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와 산림 1천260㏊ 소실, 주민 2명에게 약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맡았던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한 점은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1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