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연동제, 당사자끼리 합의하면 도입 안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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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자위 법안소위 통과납품단가연동제 의무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대기업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계약 쌍방이 합의한 경우에는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됐다. 경제계는 그럼에도 “기업 간 납품단가에 인위적으로 법이 개입하도록 하는 해외 입법례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다. 2008년부터 꾸준히 논의됐지만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로 법률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올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하도급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자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이날 소위를 통과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폭을 약정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여당은 계약 쌍방이 협의한 주요 원재료에 한해 연동제를 도입하자고 했지만, 최종안에서는 납품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인 주요 원재료에 연동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위헌 소지가 크다는 비판에 따라 예외조항도 달았다. △납품대금 1억원 이하 소액 계약 △계약 기간 90일 이내 단기 계약 △위탁 기업이 소기업인 경우 △계약 쌍방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 등엔 납품단가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 밖에 위탁 기업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연동제를 회피한 것이 밝혀질 경우 위탁 기업에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이 제시했던 1000만원보다 과태료 수준을 높였다.
이번 개정안은 산자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여야 모두 당론으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