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서훈 소환…정점 다다르는 '서해피격' 수사

해경 수사결과 번복으로 의혹 재점화…유족 고발 후 5개월만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 관측…박지원·노영민도 소환 가능성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전 정부 청와대의 '안보 컨트롤타워'였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24일 소환하면서 수사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검찰은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에 서 전 실장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주목한다.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 새벽 소집된 회의로, 검찰은 이 회의에서 편향된 정보만을 취사선택해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냈다고 의심한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해양경찰청이 기존 판단을 번복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점화됐다. 과거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던 해경은 사건 발생 1년 9개월 만에 이씨의 월북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씨의 유족은 6월22일 문재인 정부 차원의 '월북 몰이'가 드러났다며 서 전 실장을 공무집행 방해 및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받은 검찰은 군과 해경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어가다 8월 서 전 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 하며 '윗선' 수사를 본격화했다. 안보실에서 생산된 문건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도 압수수색했다.

10월에는 안보실의 지휘 아래 첩보 선별과 배부선 조정을 담당했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후 수사를 담당했던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이후 이들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불구속 상태가 됐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고 이달 16일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을 소환한 검찰은 사흘 연속으로 고강도 조사를 벌이며 서 전 실장 소환을 위한 준비 작업을 마쳤다. 17일에는 국방부와 통일부, 해양경찰청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국가안보실은 이씨의 실종 사실 인지부터 사망 후 대응, 조사 결과 발표까지 과정 전반을 총괄한 '컨트롤타워'였다고 할 수 있다.

안보실을 이끌었던 서 전 실장은 이씨 사망 이후 긴급 소집됐던 관계 장관 회의의 주재자이자, 대통령에게 전·후 상황을 대면으로 보고했던 당사자였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 삭제와 월북 수사 기록 발표 등 의혹 전반에 관여한데다, 다른 피의자들과 '말맞추기'를 통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 전 실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월북 추정 판단은 당시 첩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었으며 사건 은폐를 위해 기록·첩보를 삭제한 사실 또한 없다고 주장한다.

서 전 실장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 사건의 또 다른 주요 피의자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소환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은 월북 정황에 어긋나는 첩보들과 보고서 등을 삭제한 혐의로 유족과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검찰은 8월16일 서 전 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 한 날 박 전 원장의 집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박 전 원장 역시 국정원장이 첩보를 삭제하더라도 국정원 메인 서버엔 남기 때문에 삭제지시를 할 이유가 없다고 부인한다.

일각에서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내 '실세'로 통했던 노 전 실장은 이씨 사망 이후 최초 대통령 대면보고를 서 전 실장과 함께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관계 장관회의에도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