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한국 찾은 첫 中국가주석…'한중관계 기틀 잡아' 평가

재임기간 故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총 10차례 회담…정상외교 활발
방한 당시 삼성전자·현대차 방문…양국 폭발적 경협 지평 열어
30일 사망한 중국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은 한국을 찾은 첫 중국의 최고 지도자이자 한중 수교 이후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한 양국 관계 기틀을 잡은 인물이다. 양국 수교는 장 전 주석의 전임 지도자인 양상쿤(楊尙昆) 전 국가 주석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92년 8월에 성사됐지만, 이듬해 국가주석에 오른 장 전 주석은 활발한 정상 외교를 펼치며 중국 내 새로운 한반도 정책의 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1993년 국가주석이 된 그는 같은 해 11월 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시애틀에서 만나 자신이 중국 최고 권력자가 된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

김 전 대통령의 방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APEC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두 차례 한중 정상회담을 추가로 진행한 장 전 주석은 1995년 11월 중국 국가 주석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김 전 대통령과 만남을 이어갔다. 장 전 주석은 당시 4박 5일간의 한국 방문 기간 정상회담 이외에도 공동기자회견, 국회 연설, 제주도 방문 등의 빡빡한 일정을 수행했다.

특히 장 전 주석의 한국 국회 연설은 중국 국가원수로서는 외국 국회에서 진행된 최초의 연설이었다.

아울러 한국 국회에서 연설한 첫 사회주의 국가원수라는 점에서 탈냉전 시대의 흐름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장 전 주석은 당시 국회 연설에서 "우호친선관계를 공고히 하도록 노력하고 무역 투자 확대 등 양적으로는 물론 산업간 협력 등 질적 협력도 높여 갈 것"이라며 양국이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한 교류를 이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 전 주석의 의지는 방한 당시 그가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을 방문한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장 전 주석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안내로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봤으며 "양국 간 기술 협조가 절실할 때"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 공장을 시찰하며 현대 자동차의 중국 진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장 전 주석의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방문 후 2002년에는 그의 장남인 장미엔헝(江綿恒) 당시 중국 과학기술원 부원장도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확대를 위해 다시 이곳을 찾기도 했다.

장 전 주석은 방한 이후에도 김 전 대통령과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차례 더 만났으며 이후 취임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4차례 정상 간 대면 소통을 진행했다.

2003년 3월 국가주석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한국 대통령과 총 10차례에 걸친 회담을 통해 중국의 개혁·개방 기조에 맞춰 한중 간 폭발적 경협의 지평을 열어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북한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1991년 유엔 남북한 동시 가입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이 '북한과는 정치·한국과는 경제'라는 기본 틀을 구상했고 장 전 주석이 그걸 충실하게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천안문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중국에게 한국과의 경제 협력은 크게 중시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중 수교 이후로 한반도에서 2개 한국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는데 장 전 주석 시기 들어와서 그러한 한반도 정책에 대한 변화가 실질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장 전 주석이 구축한 한국과의 경협 기조는 후진타오, 시진핑 시기까지 쭉 이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