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희곡의 아버지'와 즐기는 장장 9시간짜리 연극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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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등 체호프 4대 희곡올 연말에는 현대 희곡의 아버지 안톤 체호프와 ‘9시간 데이트’를 즐겨볼까. 체호프의 4대 희곡을 국내 배경과 정서에 맞게 재창조한 네 편의 연극을 연속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획 공연이 열린다.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해 공연
극단 스토리포레스트는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안톤 체호프 4대 희곡 번안 프로젝트’ 공연을 올린다.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셰익스피어와 함께 전 세계 극장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극작가 체호프의 대표 희곡 ‘갈매기’ ‘세자매’ ‘바냐아저씨’ ‘벚꽃동산’ 등을 각각 한국적으로 각색한 연극들이다. 이번 공연 기간 중 24일과 30일엔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9시간 동안 4개 연극을 연속으로 관람할 수 있다.작품 배경을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나라와 일본 등으로 옮겨 체호프를 ‘한국화’했다. ‘종로 갈매기’는 체호프의 ‘갈매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 종로에서 활동하는 작가 수찬과 인기 작가 철이에게 배신당한 채 피폐한 삶을 사는 난이의 이야기다. 각각 원작 ‘갈매기’에서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꿈꾸는 러시아 문학청년 트레프레프와 연인 니나, 통속작가 트리고린을 한국화한 캐릭터들이다.
‘세자매’를 바탕으로 만든 ‘쯔루하시 세자매’는 1980년대 일본 오사카의 쯔루하시 마을에 사는 재일동포 세자매가 등장하는 연극이다. 1990년대 경기도의 한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능길삼촌’과 2000년대 한옥 고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연꽃정원’은 각각 ‘바냐아저씨’와 ‘벚꽃동산’을 번안했다.
이번 프로젝트 연출은 올해 한국연출가협회 젊은연출가상을 받은 김연민이 맡는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고 TV 드라마에서 ‘명품 조연’으로 활약 중인 배우 강애심 등이 출연한다. 극단 관계자는 “100년 전 러시아와 현재 한국의 정서 및 삶이 크게 다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걸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는 작품”이라며 “시대를 아우르는 체호프 고전의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