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유튜버 반대서명 독려하더니…'망사용료法' 장기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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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법, 여야 간 논의 진전 없어'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연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망 사용료 분쟁 중심에 선 유튜브는 법안 반대 청원을 독려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망 사용료 법제화가 무기한 연기될 것이란 예상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연내 국회 문턱 못 넘고 장기 표류할 전망
유튜브, 여론전 박차…반대 청원 28만명 몰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와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7건 발의돼 있다. 민주당 4건, 국민의힘 2건, 무소속 의원이 1건을 각각 발의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 공통으로 담겼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망 사용료법 2차 공청회는 연내 개최가 불투명하다. 당초 지난달 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야 간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사실상 기약 없이 밀리고 있는 상태다.
이달 2일 더불어민주당 단독 처리로 과방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은 '방송법 개정안', 여야 합의에 일사천리로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카카오 먹통 방지법'과 비교하면 온도 차가 확연하다. 현안 가운데 망 사용료법에는 여야가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22대 민생입법과제 중 하나로 망 사용료법을 선정했지만 최근 정기국회 중점법안에서 이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망 사용료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는 글을 올리며 입장을 재정비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망 사용료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지난 9월 열린 1차 공청회 때만 하더라도 여야는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CP가 국내 ISP인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망 사용료법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이내 기류가 바뀌었다.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이 여론전에 앞장섰다. 구글은 1차 공청회가 끝난 직후 유튜브,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을 총동원해 이용자들에게 법안 반대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유튜브 사이트 곳곳에 반대 청원을 독려하는 배너 광고를 내걸었다.157만 팔로워를 보유한 대도서관, 132만 팔로워를 거느린 고누리 등 유명 유튜버들도 반대 청원을 독려하며 힘을 보탰다.
반대 서명운동은 구글이 후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에서 이뤄졌다. 오픈넷의 법안 반대 서명에는 현재 28만명이 참여했다. 지난 10월5일 17만명에서 약 두 달 만에 10만명 이상 늘었다.
서명에 참여한 김모 씨는 "망 사용료 법안은 통신사 이익에만 골몰하는 현안"이라며 "콘텐츠를 활성화할 플랫폼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콘텐츠 이용에 불편과 위기를 초래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지난 국정감사에서 구글이 오픈넷을 앞세워 반대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지만 여론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는 못했다. 오히려 망 사용료 입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정치권도 눈치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에 익숙한 젊은 세대 중심으로 망 사용료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것은 부담이다. 입법을 마냥 밀어붙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치적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망 사용료법은 비교적 중요도가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정적 여론이 지속 확대되면 법안이 무기한 표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