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졸업시즌 대목인데…" 생산비 급등에 화훼농가 울상

면세유 30% 폭등…비용 아끼려다가 강력한파에 피해 입어
정부·지자체, 유가 보조금 지급·일손돕기 등 지원 강화

"졸업과 입학시즌이 화훼농가한테는 대목인데, 올해는 먼발치서 구경만 하게 생겼습니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에서 비닐하우스 5채에 프리지어를 재배하는 이모(45)씨는 요즘 수확의 기쁨 대신 상심에 잠겨 있다.

졸업과 입학 특수를 겨냥해 지난해 9월 심은 프리지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서다.

그는 한겨울에도 농업용 면세유(등유) 4∼5드럼으로 비닐하우스 실내온도를 13도 안팎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이번 겨울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난방온도를 1∼2도 낮췄다.

대신 외풍이 들지 않도록 비닐을 덧씌우고 바늘구멍 만한 틈까지 일일이 막아 실내온도를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작년 말 몰아닥친 한파로 프리지어 생육은 부진해졌고 이맘때쯤 화사하게 피어야 할 꽃봉오리도 예년만 못하다. 이씨는 12일 "한 드럼(200L) 21만원이던 면세등윳값이 작년 말 30만원대로 치솟았다"며 "30% 폭등한 난방비를 아끼려다가 이중의 피해를 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상태라면 수확량이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학교가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대면 졸업식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그만큼 꽃 수요도 늘 것으로 보여 화훼농가마다 출하 준비가 한창이지만 속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진천군 이월면에서 15년째 장미 농사를 짓는 송모(47)씨는 지난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속을 태웠다.

지난해 인공조명으로 온실 습도를 조절하는 데 쓰는 전기 비용이 600만 원 정도였지만 올해 30% 더 뛰어서다.

여기에 비룟값부터 인건비까지 안 오른 게 없어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송씨는 "1t당 15만 원이었던 비료가 2배 가까이 오르는 등 전체적인 생산비가 50% 정도 올랐다"며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게 인건비라 외국인 노동자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직접 나가 장미를 딴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산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위해 면세유 지원과 더불어 부족한 일손을 돕는데 힘을 쏟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12월 시설원예 농업인과 법인이 난방용으로 구입해 사용한 면세 유류에 L당 최대 130원의 유가 연동보조금을 지급한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오는 16일부터 2월 10일까지 농가별 면세유 관리농협을 방문해 지원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지원액은 2월 말께 입금된다.

진천군은 2016년 7월부터 생산적 일손 봉사단을 운영해 인력난을 겪는 농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1만2천940명의 자원봉사와 공무원이 참여했고, 261개 농가가 도움을 받았다. 진천군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오는 2월 일손이 필요한 농가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인력난을 겪는 농가들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