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대통령선거에서 유력 주자 두 명이 매우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차지하며 2주 뒤 결선 투표에서도 박빙 승부를 예고했다. 체코 통계청이 운영하는 개표 결과 사이트에 따르면 13, 14일(현지시간) 양일간 진행된 1차 투표 개표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무소속 페트르 파벨(61) 후보가 35.3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야당인 긍정당(ANO) 대표이자 전직 총리를 지낸 안드레이 바비시(68) 후보가 35.00%의 득표율을 얻어 2위에 올랐다.
1·2위 득표율 차이는 불과 0.39%포인트였다. 체코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다 득표자 2명이 2차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에 두 후보는 오는 27∼28일 최종 승부를 가린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체코에서는 총리 실권이 막강하므로 대통령직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하지만 체코를 대표하는 국가 원수이자 총리 및 내각 임명권이 있어 여전히 중요한 자리다.
밀로시 제만 현 대통령은 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당선된 이후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은 직선제 도입 이후 세 번째 치러지는 대선이자, 10년 만에 새로운 국가 원수를 선출하는 선거인 셈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제만 대통령보다는 '친서방' 성향이 더 강할 것으로 외신은 내다봤다.
제만 대통령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까지 친러·친중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원 등 주요 현안을 두고는 두 후보가 입장 차이를 보여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나토 군사위원장을 지낸 장성 출신인 파벨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체코의 유로화 도입에도 찬성하는 등 체코가 회원으로 속한 EU 및 나토와 협력 증진을 추구한다.
반면 바비시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및 지원에 대해 과도하다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EU 일부 정책에 대해서도 자국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일각에서는 파벨 후보가 일단 1차 투표에서 신승을 거두면서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번 대선에는 총 8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1차 투표에서 난립한 유권자의 민심이 파벨에게 몰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1차 투표에서 13.92%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한 다누셰 네루노바 후보도 이날 개표가 끝난 뒤 파벨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그의 유세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만 바비시의 경우에도 단일 정당으로서 ANO당 지지율이 높은 데다 지지층도 견고해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총리 시절 중소기업만 지원 대상으로 하는 EU 보조금을 자신의 대기업 '아그로페르트'가 수령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표심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