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주력 전차 우크라 지원 방침에 내부 비판…"자체 전력 약화"

서방국가 처음으로 '챌린저 2' 전차 14대 우크라 지원키로
영국이 서방 국가들 가운데 처음으로 주력 전차인 '챌린저 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영국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현지 일간 더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의 패트릭 샌더스 육군참모총장이 최근 챌린저 2 전차 우크라이나 지원이 영국 자체 전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벤 월리스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과 함께 내린 육군 보유 전차 수 감축 결정을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샌더스 참모총장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기증하면 영국군 재고에 틈이 생길 것"이라면서 "우리 군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지금 우리의 탱크와 총이 필요하며 그들이 그것들을 잘 사용하리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전력을 넘겨주는 것이 우리 군대를 일시적으로 약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전투 신뢰도를 높이고 유럽 내 주요 나토 동맹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육군의 전투 능력을 신속하게 회복하고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은 앞서 지난 14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화통화 뒤 발표한 성명에서"향후 수주 안에 챌린저 2 14대와 AS 90 자주포 30대 가량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이 서방 국가들 가운데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지원하는 국가가 될 것이란 발표였다. 지금까지 서방 각국은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제공하는 것을 주저해 왔다.

영국의 결정은 특히 우크라이나 측의 지속적 요청에도 자국산 '레오파드' 전차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독일에 강력한 압박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국방 전문가들은 샌더스 참모총장의 발언을 자국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기증하는 전쟁 물자 종류를 바꾸고, 재무부가 국방 개혁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가속하도록 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월러스 국방장관은 그러나 샌더스 참모총장의 경고 후 챌린저 2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 내 각료들이 육군 보유 전차 수를 줄이기로 한 기존 결정을 재고하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육군이 보유한 227대의 챌린저 2 전차 가운데 148대 만을 개량형인 챌린저 3로 교체하면서 보유 전차 수를 줄이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