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샷'하던 골프장에 물대포·소화기 난무…스카이72 아수라장

법원 집행관실 강제집행…골프장 시설 임차인 용역 격렬 대치
국제 굴지의 퍼블릭 골프장인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이 17일 토지 인도 강제집행 중 법원 집행관들과 용역업체 직원 사이의 격렬한 몸싸움이 이어지면서 격투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8시께 인천지법 집행관실 직원들이 스카이72 골프장 내 바다코스(54홀) 입구에서 내부 진입을 시도하려 하자 누군가가 곧바로 소화기 분말을 사정없이 살포했다.

하얀 가루가 현장을 뒤덮으면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흐려졌고 곳곳에선 기침 소리가 이어지는 등 평온했던 골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녹색 조끼를 입은 법원 집행관 측 인력 600여명과 이에 맞서는 검은색 패딩 차림의 용역업체 직원 500여명은 고성과 폭언을 주고 받으며 격렬하게 대치했다. 골프장 식당 등 시설 임차인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은 소화기와 물대포 등을 손에 든 채 정문을 지키며 집행관 인력을 "들어올 생각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

1시간 30분가량 진입 시도와 대치를 반복한 끝에 오전 9시 35분께 집행관실 측 인력이 재차 골프장 진입에 시도하면서 다시 현장은 소화기와 물대포 분사가 난무했다.

집행관실 측은 바다코스 내 클럽하우스 건물로 들어가려다 문이 잠겨 포기하고 골프장 홀로 이동해 강제집행을 진행했다. 이후에도 집행관실 측 인력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골프장 필드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여 충돌은 계속됐다.

집행관실은 용역 직원의 저지를 피해 골프장 필드 곳곳에 토지 인도 강제집행을 실시했다는 내용의 팻말을 박으며 강제집행을 이어갔다.

팻말에는 '강제집행으로 인도된 부동산에 침입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강제집행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집행관실 관계자는 10시 5분께 "스카이72 바다코스 중 오션코스 18번홀 일대 점유를 채권자 측에 인계합니다"라는 발언을 끝으로 바다코스(오션·레이크·클래식) 54홀에 대한 집행 완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임차인 측은 "강제집행을 끝낼 수 없다"며 집행관을 가로막으며 다시 한번 대치 상황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양측 용역업체 일부 직원들이 출혈을 보이는 등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집행관실과 임차인 측은 스카이72 강제집행과 관련해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법원 집행관실 관계자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났기 때문에 채무자는 마땅히 원고에게 (골프장) 부지를 넘겨줘야 한다"며 "토지 인도를 집행하기 위해 왔고 세입자들의 정당한 점유권은 보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차인 측 법률대리인인 이성희 법무법인 천고 변호사는 "골프장 소유권이 바뀌었다고 강제 집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신규 사업자는 고용 승계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사업자나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연락은 없다"고 주장했다.
바다코스 입구 주변에는 보수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회원들도 모였다.

이들은 스카이72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강제집행 불법'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추운 날씨 탓에 집회 참여자 2명이 저체온증을 호소해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울러 A씨 등 보수단체 회원 8명이 강제집행을 저지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사전에 법원의 협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등 경찰관 250여명을 골프장 인근에 배치해 현장을 지켰다.

이번 강제집행은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골프장 운영사인 주식회사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소송'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스카이72는 골프장 부지를 인천공항공사에 넘겨줘야 하는데도 최근까지 이행하지 않았다.

기존 운영사 스카이72는 2005년 인천공항 5활주로 건설 예정지인 인천공항공사 소유지를 빌려 골프장과 클럽하우스를 조성한 뒤 운영했다.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계약 종료 시점을 '5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년 12월 31일'로 정했으나 5활주로 착공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2년 넘게 법적 분쟁을 벌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