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장에 러시아·벨라루스 국기 금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장에서 러시아 또는 벨라루스 국기를 펼칠 수 없게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7일 "호주 테니스협회가 호주오픈 대회장에서 러시아, 벨라루스 국기를 펼칠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회 첫날인 16일 여자 단식 1회전 카밀라 라키모바(110위·러시아)와 카테리나 코즐로바(95위·우크라이나) 경기가 열린 14번 코트에 러시아 국기가 내걸린 데 따른 조치다.

이를 발견한 주호주 우크라이나 대사 바실 미로스니첸코가 대회 조직위원회에 이를 항의했다는 것이다.

미로스니첸코 대사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자국 국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 점을 호주 테니스협회에 명확히 알렸다"고 적었다. 경기에서는 코즐로바가 2-1(7-5 6-7<8-10> 6-1)로 이겨 1회전에 올랐다.

호주테니스협회는 "러시아나 벨라루스 국기를 경기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는 있지만 이를 펼쳐서 보이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선수와 팬들이 테니스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로 주요 스포츠 국제 대회 출전에 제한을 받는다. 종목마다 차이가 있지만 개인 자격으로만 국제 대회에 나갈 수 있고, 국기나 국가 등의 사용이 금지된다.

올해 호주오픈도 마찬가지이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 이름 옆에는 국적 표기가 빠져 있고 전광판 등에 국기도 표출되지 않는다.

지난해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의 출전이 아예 금지되기도 했다. 러시아 국기는 16일 야간 경기로 열린 남자 단식 1회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의 경기에서도 관중석에 등장했다.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는 17일 여자 단식 1회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기 표출 금지를) 더 좋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가 어떻게 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여자 단식에 출전한 마르타 코스튜크(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또는 벨라루스 선수와는 악수하지 않겠다"며 "그들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