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앞둔 北, 청년들 '애국미 헌납' 띄우며 동참유도

작년 식량 생산량, 전년보다 18만t 감소…양곡 공급망 '불안'
오는 봄 보릿고개를 앞둔 북한이 나라에 쌀을 바치는 '애국미 헌납운동'을 장려하고 나섰다.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양곡 공급망이 불안정한 가운데 최소한의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내려진 조치로 보인다.

23일 대외선전매체 류경은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에 종합된 자료에 의하면 올해 들어 보름 남짓한 기간에 각지 청년동맹 일군(간부)들과 청년동맹원들이 수백t의 알곡을 애국미로 헌납하는 아름다운 소행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청년동맹중앙위원회의 일군들이 앞장서 10여t의 양곡을 기증했다"며 "황해북도 청년동맹 일군들도 가사보다 국사를 먼저 생각하는 뜨거운 마음을 안고 성의껏 마련한 애국미를 헌납하는 공산주의적 미풍을 발휘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혜산의학대학과 이천군 체신소(우체국)의 청년동맹원을 비롯해 함경북도, 황해남도, 평안남도 등 각지 청년들이 인민들의 식량 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차적인 과제로 내세운 당의 뜻을 받드는 길에 아낌없는 진정을 다 바쳤다"고 전했다.

나라에 쌀을 바친 청년들의 애국심을 '아름다운 소행'으로 선전하면서 모든 주민의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농번기에 겪은 자연재해와 지속되는 국제사회의 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로 식량 사정이 나빠진 북한이 주민들의 헌납으로 비워진 곳간을 채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달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전년보다 18만t 감소한 451만t으로 조사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기사에서도 일제강점에서 해방된 이듬해인 1946년 12월 한 농민이 나라에 곡식을 바친 것을 계기로 벌어진 애국미 헌납 운동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아울러 이런 움직임 뒤에는 주민들의 '잉여 생산물'을 국가로 귀속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분조관리제 내 포전담당제'를 통해 기존의 집단농업체제를 완화하고, 생산물에 대한 농민들의 자율적인 처분권을 확대하는 파격적인 개혁 조치를 시행해왔다.

포전담당제는 농민 3∼5명에게 일정한 면적의 논밭을 맡기고 국가 투자·지원 분을 제외한 생산물의 처분권을 주는 제도로, 사실상 개인영농제로 이행하는 전 단계라는 평가를 받았고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소하는 효과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농장과 개별 농민에게 여분의 식량이 생기고 '부자 농민'이 나타나자 일부를 국가에 바치도록 독려하는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