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제 극장가 올해도 '애국주의 영화'가 흥행 주도

남송 무장 악비의 서사 차용 '만강홍'·中 우주굴기 '유랑지구2' 선두 다툼

올해 중국 춘제(春節·중국의 설) 극장가도 애국주의 영화가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23일 중국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 마오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장이머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만강홍(滿江紅)'이 1억4천만위안(약 255억원)의 예매를 기록, 32%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춘제 당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틀 만에 예매를 포함, 5억4천500만위안(992억원)의 누적 흥행 수입을 올렸다.

장이머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금나라의 침입에 맞서 싸운 남송(南宋)의 무장 악비(웨페이·岳飛)가 애국의 일념으로 쓴 것으로 전해지는 동명의 사(詞) '만강홍'의 서사를 차용해 코믹 요소를 가미한 사극이다. 악비는 중화민국의 국부 쑨원(孫文·1866∼1925)이 '중국 민족의 수호신'으로 추존하는 등 중국인들이 이순신 장군 정도로 칭송하는 영웅적인 인물이다.

중국에서는 민족적 각성과 분발을 촉구하며 애국주의 의식을 고취할 때 만강홍을 자주 인용한다.

'장쾌히 오랑캐의 살로 배를 채우고, 웃으며 흉노의 피로 마른 목을 축이며 옛 산하를 되찾은 후 천자를 만나 뵈러 가리라(壯志饑餐胡虜肉 笑談渴飮匈奴血 待從頭 收拾舊山河 朝天闕)'는 만강홍의 마지막 구절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강경하게 대립하며, 수복해야 할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통일하겠다는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의중과 들어맞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1억3천500만위안(246억원)을 합쳐 이틀간 6억900위안(1천109억원)을 기록하며 만강홍과 흥행 선두를 다투는 '유랑지구2'는 SF 재난 블록버스터로, 중국인 우주비행사가 인류 멸망의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의 단편소설이 원작으로, 2019년 개봉한 전작은 중국의 '우주 굴기'에 열광한 관객들의 호응 속에 46억5천만위안(8천468억원)을 기록하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항일 투쟁과 국공내전(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을 배경으로 량차오웨이(梁朝偉)와 저우신(周迅)이 주연한 애국주의 영화 '무명(無名)'도 이틀간 1억8천만위안(328억원)을 벌어들이며 흥행 랭킹 4위에 올랐다. 작년 춘제 때도 '장진호의 수문교'와 '저격수' 등 애국주의 영화가 흥행을 이끌었다.

6·25 전쟁 중인 1950년 11월 장진호에서 벌어진 미군과 중국군의 사투를 그린 장진호 수문교는 총 40억6천700만위안(7천407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려 작년 중국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앞서 2021년 국경절(10월 1일)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전작 장진호는 57억7천500만위안(1조516억원)으로, 중국 역대 최고 흥행 수입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