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로 한국 신장암 명의 찾았죠" 바다 건너 온 베트남 환자
입력
수정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해외환자대상 원격진료 본격화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는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를 본격 시행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신장암 수술 명의를 찾아온 레 쟝반(Giang Van Le, 63·남)씨가 신장암 수술 권위자인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에게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설명이다.2년 전 베트남에서 CT, MRI 검사를 받은 레 쟝반씨는 신장에 암이 아닌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아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나 최근 옆구리 통증으로 재검사를 받았고 신장암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와 가족은 최고의 의료진과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일본, 싱가포르, 한국 등 여러나라의 신장암 수술 의사를 수소문하다, 홍성후 교수를 추천한다는 의견을 듣고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홍성후 교수와 레 쟝반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성모병원의 원격진료시스템(보이닥, VOIDOC)을 통해 만났다. 보이닥은 Voice-Doctor·보이는-Doctor란 뜻이다. 보안시스템이 탑재돼 환자의 기록이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시간·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영상을 통한 의료상담을 지원한다. 원격진료를 통해 CT, MRI 검사 결과를 확인한 홍 교수는 하대정맥혈전이 동반된 신장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수술이 급하다고 들은 레 쟝반씨는 한국으로 이동, 서울성모병원에 이달 16일 입원했다.
하대정맥혈전을 동반한 신장암은 전체 신장암의 4~10% 정도지만, 종양과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1년 생존율이 30%가 안돼 위협적이다. 하대정맥혈전제거술과 근치적 신장적출술을 성공적으로 받으면 5년 생존율은 50% 이상으로 높아진다. 문제는 하대정맥혈전 동반 신장암 수술이 모든 비뇨기암 수술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위험하다는 점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하대정맥을 박리하고 결찰·절개해 혈전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수술 중에 혈전이 떨어져나가면 폐, 뇌, 각종 장기에 색전증이 발생해 수술 중에 사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개복수술을 진행하며, 개복하지 않고 로봇을 이용해 수술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홍성후 교수는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해 하대정맥혈전을 동반한 신장암 수술을 시행했으며, 이후 복강경 및 로봇을 모두 이용해 수술한다. 고난이도 수술 성공은 학계에서도 화제가 되어, 국내외 학회에서 라이브수술·수술 비디오 발표로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레 쟝반씨는 홍성후 교수 집도로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신장적출술 및 하대정맥혈전제거술을 받았다. 수술 다음날부터 식사와 보행을 시작하면서 순조롭게 회복해 수술 4일 후인 이달 21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홍성후 교수는 “2016년에 국내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해 하대정맥 혈전을 동반한 신장암 수술을 시행할 당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까 몇 주 동안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수술방법에 대해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며 “국내 환자뿐만 아니라 해외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게 되어 매우 보람되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전세계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원격진료프로그램 보이닥을 통해 영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수진기자 sjpe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