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대통령 투표도 그냥 하는데 이장 투표에 250만원?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6리 주민들 기득권 다툼
"무임승차" VS "이상한 마을 정관" 팽팽히 맞서
마을 정관은 자치 규약이라 당국도 간섭 못해
북한강 변의 아름다운 전원 마을이 이장 선거권을 놓고 시끄럽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6리의 신규 전입자들은 마을 발전기금으로 250만원과 연회비 5만원을 내야 마을 운영에 참가하는 새마을회의 정회원으로 인정받고 이장 선거의 투표권도 가질 수 있다.

또 이장으로 선출되려면 새마을회의 운영위원으로 3년간 일해야 하는데, 운영위원은 이장이 지명한다.

발전기금과 회비를 내지 않으면 이장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는 셈이다. 이는 문호6리가 2011년 문호3리에서 분리되면서 기존의 정관을 이어받아 사용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마을이 처음 생길 때 68가구였던 문호6리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전입자들이 늘어나며 현재 150가구 이상으로 규모가 커졌고 기존의 마을 정관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됐다.

상당수 사람들은 주민이면 누구나 이장을 선출하거나 출마할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마을 정관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금을 안 내도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데 인구 322명인 마을의 이장 선거 투표권을 갖기 위해 거액을 내야 하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이다.
반면 새마을회를 장악한 이장 측은 마을의 역사를 거론하며 발전기금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2013년 고속도로가 문호6리를 지나갈 때 주민들이 가구마다 50만원씩 걷어 투쟁한 끝에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했고 2019년에는 건설사로부터 12억원의 보상금을 받아 비축해두는 등 문호6리가 기존 주민들의 노력 덕에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그 과실을 함께 누리려면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호6리가 고속도로 건설로 받은 보상금 중 1억원은 가로등 정비에 사용하고 11억원이 남았는데, 주민들이 총회를 열어 나눠갖지 않고 마을의 도시가스 설비 유치에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장 측은 마을 정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바꾸라고 말한다.

서종면에 따르면 관내 21개 동리 단위의 마을은 대부분 발전기금과 회비 등을 내고 있지만, 문호6리처럼 거액을 부과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정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마을 이름을 따 '수래울 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항하고 있으며 기존 주민들은 이장을 중심으로 세력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양측은 여러 건의 고소·고발로 감정도 크게 악화했다.

그러나 마을 정관은 자치 규약이어서 양평군이나 서종면도 개정을 강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12월 마을 정관에 따라 새로운 이장이 선출되고 서종면이 그를 공식 임명했다.

수래울 위원회는 마을 정관의 부당한 조항을 폐지함과 동시에 이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장 측은 전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이장인 A씨는 "기존 주민들이 이뤄놓은 성과를 무료로 누리겠다는 것은 무임승차나 마찬가지다.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소송까지 끌고 가 변호사비만 5천만원을 썼다.

다른 마을도 발전기금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양평군과 서종면도 문호6리의 정관이 부당하며 주민 사이에 분란이 없도록 시정하라는 권고를 내려보냈으나 강제 사항이 아니다 보니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아주 이상한 마을 정관이다"라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27일 문호6리 정관의 부당함을 알리고 정관의 개정과 이장의 재선출 등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