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기" vs "체육관 선거"…김기현·안철수 신경전 점입가경

金 "安, 당에 '안착' 어려울 것" 安측 "공포스러운 공천 분위기 조성"
조경태 "김기현 수도권 출정식, 당규 위반…선관위가 조사해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김기현 vs 안철수' 양강 구도로 흘러가면서 두 주자 간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이후 안 의원이 나 전 의원 지지세를 상당 부분 흡수하며 김 의원을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두 사람간 긴장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선두를 달리는 김기현 의원은 지난 28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수도권 통합 출정식'을 열고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연설에서 "당 대표가 되는 과정을 자기 출세의 기반으로 삼는다거나 또 더 큰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서 발판으로 삼는다거나 하는 그런 수단적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러자 안 의원도 맞받았다.

김 의원 '수도권 출정식'에 주최 측 추산 당원과 지지자 8천여명이 몰린 것을 두고 같은 날 기자들에게 "무조건 사람들만 많이 모아놓고 행사를 한다고 해서 그게 이번 전당대회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깎아내렸다. 이틀 뒤 김 의원은 이런 안 의원의 공세를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당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견제 수위를 높였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를 거쳐 보수정당에 처음 발을 들여 당내 세가 약한 안 의원의 '약점'을 꼬집은 셈이다.

김 의원은 30일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현역의원들 중 안 의원을 지지한다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여전히 비판을 위한 비판, 발목잡기만 계속한다면 성공적인 모습으로 당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불출마한 나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데 대해서도 김 의원은 "자기의 경쟁력을 갖고 유권자에게 호소해야지,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자신 경쟁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의미"라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의 공개 비판에 안 의원 측은 "김 의원이 '추억의 체육관 선거'를 하고 있다"며 응수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포스러운 공천 분위기를 조성하고 겁박해서 따르지 않으면 나경원 전 의원조차도 주저앉히는 분위기"라며 "당협당 버스 두 대씩 할당해 체육관에 사람을 모으는 옛날식 '체육관 선거'"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주자조차도 외부의 반대쪽에 계신 분을 모셔와서 정권교체를 한 것 아닌가"라며 "안 의원에게 '안착'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자기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부터 김 의원을 겨냥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팔이', '공천 공포 분위기' 등 프레임으로 비판해왔다.

이날 김 의원은 서울과 경기 용인에서, 안 의원은 인천을 돌며 나란히 수도권 표밭갈이에 열중했다.

한편, 김 의원의 지난 28일 수도권 출정식에 현역 의원 28명, 원외 당협위원장 50여명이 참석한 것을 두고 '당규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규 34조에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경기도 부천 행사에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왔다면, 공정과 상식에 맞는지 전대 선관위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