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높이자"…노인들 생각은

"후대 생각해 연령 상향해야" vs "지하철 방만 경영 개선부터"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지원" 제안도
사건팀 =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맞물려 불붙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논쟁에 대해 당사자인 노인층의 의견도 분분하다. 연령 변경에 대해 "후대를 생각해 올려야 한다"는 찬성론과 "당장 사정이 힘들어 부담스럽다"는 부정적 의견으로 크게 나뉘었다.

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만난 이옥래(67)씨는 "무임승차 혜택을 받고 있지만 서울시가 적자라면 안 해주는 게 맞다"며 "인구는 줄고, 노인은 많아지는데 세수가 계속 줄어들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청량리역에서 만난 김모(63)씨는 "마음 같아서는 지하철 무임승차를 없애면 좋겠다"며 "내가 혜택을 못 봐서가 아니라 뒷세대를 생각해 무임승차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북구 수유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김모(68)씨는 "세금 내는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요즘 65세는 근로 능력이 있어서 정말 사정이 힘든 사람에게만 차등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청량리역 인근에서 만난 이모(79)씨는 "지하철을 일주일에 4∼5차례 타는데, 일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지하철 요금을 내라고 한다면 부담스러워질 것"이라며 "(요금을 받는다면) 지하철 이용을 줄이고 버스를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은평구 연신내역 안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곽창수(64)씨는 "가게의 손님 중 노인이 많은데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면 매출에도 피해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노인이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돈도 쓰기 때문에 돈만 새 나간다고 볼 부문만은 아니다"라며 "서울시에서 재정적자를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일(81) 대한노인회중앙회장은 "출퇴근 시간을 빼면 지하철에 빈자리는 많고 노인이 탄다고 전기료가 더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무임승차 때문에 적자가 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지하철 적자 문제는 서울교통공사의 방만 경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출퇴근 시간에 젊은 사람이 탑승하지 못하는 문제라면 (노인들에게) 앞으로 출퇴근 시간을 피해 타라고 권장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노인이 젊고 건강한 것과 소득이 없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27만원짜리 공공일자리도 없어서 원하는 상황인데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높이고자 한다면 정년 상향이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민 누구나 노인이 된다"며 "노인 복지 시스템은 결국 모든 국민의 장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젊은층 역시 노인 무임승차를 보는 시각이 다양했다.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에서 만난 이선하(36)씨는 "요즘은 고령화로 노인이 많고 퇴직연령을 늦춘다는 얘기도 있는 만큼 무임승차 연령도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관악구 신사동에서 배달업을 하는 김수현(27)씨는 "이동권은 기본권"이라며 "지하철비 지원을 중단하거나 지원 연령이 상향되면 혜택에서 배제되는 노인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봤다.

선릉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홍모(33)씨는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높다는 점에서 노인 복지 혜택이 적은 나라"라며 "청년 혜택이 많아지는 만큼 노인 혜택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북구 번동에 사는 민형주(27)씨는 "평균 수명도 연장됐다는 점에서 만 65세라는 기준이 만들어진 40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일괄적으로 만 65세 이상이 아닌 정말 필요한 노인만 선별 지원하는 소득 비례 차등 지원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