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시리아 반군 지역 구호 물꼬 텄다…"첫 물품 도착"(종합)

트럭 6대, '유엔 경로' 통해 국경 넘어…구호단체 "정말 필요한건 중장비"
튀르키예(터키) 강진으로 큰 피해를 봤으나, '구호 사각지대'로 꼽혔던 시리아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 물자 공급이 재개됐다. 로이터·AFP 통신은 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넘어 반군 장악 지역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AFP는 국경을 넘은 트럭은 총 6대이며 텐트와 위생용품을 실었다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주요 국가들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여서 각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마스쿠스 공항을 통한 인도주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반군 장악 지역은 이번 강진 구호 활동을 펼치기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지적돼 왔다.

바샤르 알아사드가 이끄는 시리아 정부는 다마스쿠스 공항을 통해 우방인 러시아·이란 등 국가 위주로 인도주의 지원을 받아왔다.

국영 SANA 통신에 따르면 이날 다마스쿠스 국제공항에는 러시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국적 항공기가 구호 물품을 싣고 착륙했다. 튀르키예와 인접한 바브 알하와 육로는 국제사회가 서북부 시리아로 구호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4년 4곳의 구호 통로를 제시했으나 시리아 정부를 통한 구호를 주장하는 러시아 등의 반대에 막혀 한 곳만 가동돼 왔다.
이 육로와 인근의 연결 도로들이 이번 강진으로 파손되면서 그간 구호물자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이날 취재진에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을 넘는 육로가 파괴돼 문제가 있었지만, 오늘 첫 구호 물품이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에 대한 구호 활동이 정치적 이유로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면서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 사는 약 450만명 중 약 90%가 강진 이전에도 이 경로를 통한 인도주의 지원에 생계를 의존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서북부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두 곳의 국경 도로를 추가 개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군 지역 구호단체인 '하얀 헬멧'은 첫 구호 물품 도착과 관련해 "턱없이 부족한 노력"이라면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건물 잔해 속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중장비"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반군 점령지역을 포함해 3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