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계 달랑 2명인데…'표분산 경고등' 친윤계 전략투표 고심

4명 뽑는 與 최고위원 선거…친윤 후보는 자칭타칭 5명
내부 '윤심 인증' 신경전 치열…'지역별 할당' 전략도 거론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가 친윤(친윤석열) 대 비윤(비윤석열)의 계파 구도로 짜여지면서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특히 친윤계는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5명이 자칭타칭 친윤계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표분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는 김병민 김재원 민영삼 조수진 태영호 후보가 친윤계,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허은아 후보는 비윤계로 나뉜다.

3선 의원 출신의 정미경 후보 역시 친윤계와 지지층이 겹치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는 1인 2표제로 총 4명을 선출하고 이중 한 명은 여성 몫으로 할당된다.

이와 별도로 청년최고위원 한명을 추가로 선출한다.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을 포함한 이른바 '비윤 표심'은 여성인 허은아 후보와 김용태 후보 2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반면에, 친윤 지지층 표심의 향배는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내 친윤그룹에서는 최고위원 4명을 전원 친윤계로 채우겠다는 태세다.

이 과정에서 친윤계는 내부적으로 지역별로 표를 분산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애초 친윤계가 후보 난립에 따른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당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윤계 후보 2명을 압도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인사는 15일 통화에서 "5명 중 2∼3명 정도는 안정적으로 당선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인 2표인 만큼 자력 생존 가능성이 낮은 후보를 우선순위로 권역별로 두 명씩 표를 할당하면 4명 싹쓸이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는 2021년 전당대회 때보다 선거인단이 2.5배로 늘어나 '오더 투표' 영향력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윤계 후보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인증 경쟁'이 벌어진 모습이다.

당권 레이스에서 친윤그룹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김기현 후보의 행사장마다 당원들 앞에서 '눈도장'을 찍기 위한 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날 김 후보의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는 정미경 김병민 후보가 참석했고,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김 후보의 곁에는 김재원 후보가 함께했다.

다만 김 후보는 득표전략상 확실한 러닝메이트를 지목하지 않는 모습이다.

김 후보 측은 "친윤계 후보 중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는 없다"며 "현 단계에서 최고위원 레이스까지 참전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후보 본인도 최고위원 후보들의 일정 동행과 관련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후보들이 각자 선택해 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반면에 천하람 당대표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천아용인'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꾸리고 공동선거운동을 펴고 있는 김용태·허은아 후보는 친윤계·김기현 후보에 각을 세우며 비윤 표심 결집을 기대하고 있다.

김용태 후보는 이날 SNS에서 김기현 후보의 '당정분리 할거면 왜 여당을 하나' 등 최근 발언을 지적하면서 "'당정일체'를 외치는 분들의 속내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총선 공천 개입'을 바라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비윤계 또다른 축인 안철수 당대표 후보의 경우 공동전선을 꾸리고자 했던 최고위원 주자들이 전원 예비경선(컷오프) 단계에서 탈락했다는 점도 이준석계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