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기후변화 물어보니…"인간이 원인인 증명된 사실"

자료 제시하며 조목조목 설명…잘못된 디테일 바로잡기도
"기후변화 해결에 AI가 중요한 역할 할 수 있어"
지금 사람들의 생활을 극적으로 바꾸고 있는 두 가지를 꼽자면 인공지능(AI)과 기후변화다. 18일 화제의 대화형 AI '챗GPT'에 기후변화에 관해 물어봤다.

학습된 자료를 기반으로 답을 내놓기에 챗GPT가 기후변화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기후변화가 "인간이 초래한 과학으로 증명된 현상"이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조목조목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아이에게 AI와 기후변화를 동시에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보였다. 챗GPT와 '질의응답'은 영어로 진행했다.

◇ "기후변화는 과학으로 증명된 현상…주원인은 인간"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사실인지 묻자 챗GPT는 "사실이고 과학으로 증명된 현상"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지난 세기 기온과 해수면 상승, 빙하와 빙원(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점 등 다수의 증거가 기후가 전례 없는 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라고 부연했다.

더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하자 챗GPT는 여러 기록을 제시했다.

이 기록 중 하나가 '가장 더웠던 10개 해를 꼽으면 모두 2005년 이후'였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에 따르면 세계 연평균기온 상위 10위는 순서대로 2016·2020·2019·2017·2015·2022·2018·2021·2014·2010년이다.

NOAA 자료를 토대로 하면 '가장 더웠던 10개 해는 모두 2010년 이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데 챗GPT가 '2005년 이후'라는 다른 답을 내놓은 이유는 2021년까지 자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11번째로 더운 해가 2005년으로 2022년을 빼면 10위가 된다.

다만 챗GPT가 NOAA 자료를 인용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자료 출처를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연평균기온을 제시하는 기관이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도 있기에 출처가 없는 점이 아쉬웠다.

챗GPT는 '인간이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초래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면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주된 원인은 인간"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후과학자들은 대체로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지난 세기 관측된 온난화 추세의 원인이라는 데 동의한다"라면서 "지구 대기에 열을 가두는 주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유명 환경보호단체인 환경보호기금(EDF)도 이달 10일 챗GPT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나눈 질의응답 결과를 공개했는데 당시 챗GPT는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챗GPT는 온실가스에 대해 '태양에서 오는 열을 붙잡고 지표면을 덥힌다'라고 덧붙였다.

EDF 선임 기후과학자인 일리사 오코 박사는 챗GPT 답변을 두고 '특히', '주된' 등의 표현을 사용해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유일한 원인이 아님을 시사한 점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코 박사는 온실가스에 대해 부연한 부분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는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는 통과시키고 지표면에서 나오는 복사에너지를 가둔다는 것이다.

이번에 물었을 때 챗GPT는 온실가스 역할을 "대기에 열을 가둬 지구를 덥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사실을 반영해 발전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챗GPT는 인간 외 기후변화 원인은 없느냐는 질문에 "자연적 요소도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면서도 "과학적 근거들은 자연적 요소만으로는 지난 세기에 걸쳐 관측된 온난화 추세를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아직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하는 이유로는 '오정보', '정치적 극단화', '기후변화가 느리고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데 따른 경험의 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꼽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묻자 챗GPT는 비교적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챗GPT는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중대한 과제를 부여했다"라면서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변화에 적응할 방안들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중요하며, 기후변화가 가져다줄 최악의 영향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긴급한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챗GPT는 '지구 연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미만으로 묶을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에 이 목표가 파리기후협정에 담긴 목표임을 정확히 설명하면서 "어렵겠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행동이 이뤄진다면 달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AI 개발 시 탄소 배출되지만…잘 쓰면 감축에 도움"
챗GPT는 'AI가 기후변화 해결을 도와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AI는 자연계를 관찰·관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며 에너지시스템 효율을 높여 기후변화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답변대로 AI가 기후변화 대응·해결 중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AI를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개된 챗GPT(GPT-3.5) 이전 버전(GPT-3)과 매개변수(파라미터) 개수가 비슷한 '블룸'(BLOOM)(파라미터 1천760억개)을 학습시키는 데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지난해 개발자 측도 참여한 연구에서 24.7~50.5t(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추산됐다.

50t이면 거리가 5천600㎞ 정도인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까지를 비행기로 60번정도 이동할 때 발생하는 탄소량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GPT-3을 학습시키는 데 1천287메가와트시(MWh) 에너지가 소비됐고 탄소 552t이 배출됐다는 추정이 제시됐다.

이런 추정치는 AI를 학습시키면서 발생한 탄소량만 고려한 것으로 AI를 토대로 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양은 반영되지 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의외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분야다.

2021년 9월 셀 프레스가 발행하는 학술지 '패턴스'(Pattern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TV 등 기기를 포함한 ICT 탄소배출량은 1.2~2.2기가t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2.1~3.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ICT 분야 전력사용량은 세계 사용량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사용량이 많은데 국제에너지기구(IEA) 추산으로 2021년 기준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세계 전력수요 0.9~1.3%에 해당하는 220~320테라와트시(TWh)를 사용했다.

여기에는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된 전력량(100~140TWh)은 제외됐다고 IEA는 설명했다.

ICT 분야 탄소발자국에 대한 챗GPT '입장'은 어떨까. 챗GPT는 "AI 개발은 여러 측면에서 탄소배출량과 탄소발자국을 늘릴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AI가 올바른 방식으로 쓰이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