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청춘] ③ "보이는게 전부 아이템" #단양노트 이승준씨

삽화작가 협업한 기념품 제작·판매, 단양관광 핫플레이스로 등장
청년창업가 모여 조만간 케이크점 오픈, 새로운 관광먹거리 기대

[※ 편집자 주 = 좁아진 취업문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년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모험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서 답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연합뉴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총 20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송고합니다.

]
이번에 시도할 품목은 케이크다. 흔한 아이템이지만 길거리 빵집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느 케이크와는 사뭇 다르다.

국내 '관광 1번지'를 자처하는 충북 단양의 관광콘텐츠가 고스란히 담긴 '색다른 케이크'를 구상하기 때문이다.

단양관광코스 중 한 곳인 구경시장 바로 옆 골목에서 #단양노트라는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승준(38) 씨는 올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단양노트를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만든 경험을 토대로 케이크 가게를 새로 오픈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처지가 비슷한 청년 창업가 6명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르면 다음 달 구경시장 인근에 문 열 예정인 케이크 가게는 단양의 아름다운 풍광과 이미지를 녹여낸 제품을 선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도담삼봉이나 고수동굴 등을 모토로 디자인해 고객에게 특별함을 선사한다는 전략이다.

이 지역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은 마늘빵, 흑마늘 닭강정에 이어 새로운 관광상품을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포부도 품고 있다.

그는 단양의 아름다운 경관과 관광 콘텐츠를 마치 특허라도 낸 것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단양노트 역시 이런 봉이 김선달식 발상의 산물이다.
2019년 8월 문 연 #단양노트는 단양의 지역색을 입힌 기념품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4평 남짓 좁은 매장에는 그림엽서, 포스터, 메모지, 포스트잇, 배지, 마그넷, 돗자리, 안경 닦이, 미니 화병, 술잔, 마스크 줄, 일회용 필름 카메라 등 100여개 품목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이들 상품은 모두 전국의 삽화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작가들이 그림을 보내오면 이 씨가 그에 걸맞는 아이템을 골라 제품화하는 식이다.

협업 과정도 치밀하다.

그는 계절마다 협업 작가를 단양으로 불러 관광명소 곳곳을 둘러보게 한 뒤 작품을 제공받는다.

여행비와 작품 활동비는 전액 그가 부담한다.

이 씨는 "작가 스스로 단양 속에 녹아들어야 제대로 된 작품 연출이 가능하다"며 "더 좋은 작품을 잉태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40여명의 작가와 협업했고, 개성 만점의 제품이 만들어졌다.

#단양노트의 주 고객은 20∼30대 여성이다.

그들의 젊은 감성에 어필하다 보니 창업 이듬해부터 곧바로 흑자 경영이 가능했다.

'단양여권'이라는 독특한 아이템도 발굴했다.

지역 내 제휴 상점과 음식점 40여곳을 방문해 정해진 숫자만큼의 스탬프를 받아오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다.

그는 여권을 팔고, 제휴 업소는 관광객을 유인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 모델이다.

단양군청에서도 여권 홍보에 나서는 형태로 그와 상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단양노트는 지난해 7천500만원이 넘는 매출 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더 많은 고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창업 전 직장생활을 했다.

대학에서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한 뒤 2010년 서울의 한 골프 마케팅회사에서 4년 4개월간 일했다.

타고난 일 욕심 때문에 입사하자마자 기획에서 영업현장까지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꿈을 펴고 싶었지만, 말단 직원에게 그런 재량이 주어질 리 없었다.

고심 끝에 2016년 사표를 내고 아버지가 헌책방을 운영하는 단양으로 내려왔다.

그의 부친인 이금석(72) 씨가 운영하는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새한서점은 영화 '내부자들'의 촬영장소로 제공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영화 속 공간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하나둘 늘자 그는 헌책 외에 서점 로고를 박은 엽서와 노트 등의 기념품을 만들어 팔았다.

벼룩시장이나 버스킹 공연 같은 이벤트까지 가미하면서 손님이 크게 늘었지만, 한편으로는 서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를 원하던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원인이 됐다.

서점을 천직으로 여기는 아버지의 뜻을 존중한 그는 단돈 2천만원을 들고 독립을 선언했다.

그렇게 탄생한 가게가 #단양노트다.

가게를 여는 과정에서 단양군의 청년 창업공간조성 지원사업이 큰 힘이 됐다.

사업 대상자로 뽑혀 받은 1천800만원이 1년 치 월세 부담을 덜어주면서 가게는 단시일에 제자리를 잡아갔다.
지역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그는 이제 두 번째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40대 청년 창업가들과 협동조합을 결성한 것도 전혀 다른 성격의 이종 업종간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그는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업종은 광고·인쇄, 식당, 농특산물 유통, 수제 공방, 초콜릿 생산·판매 등 다양하다"며 "서로 머리를 맞대면 다양한 결합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조합의 장점을 설명했다.

첫 번째 사업인 케이크점 오픈을 위해 조합원들은 십시일반으로 2천500만원을 출자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조합원 각자의 창업경험을 토대로 예비 창업가들에게 창업 노하우와 지자체 지원사업 응모 요령 등도 가르쳐줄 계획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단양군의 청년 예비창업자 컨설팅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예비창업자를 모아 놓고 업종 선정, 시장 분석, 사업계획서 작성 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단양노트 오픈 전 전국 150여 곳의 서점을 투어한 뒤 전통 방식의 서점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그래서 나온 게 관광 콘텐츠를 입힌 기념품과 서점을 결합한 #단양노트"라고 설명했다. 예비 창업자를 향해서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해당 분야 공부는 기본이고, 남의 말만 듣지 말고 직접 부딪혀보고 아이템을 정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도 쉽지 않은 게 창업인 만큼 100번, 1천번 고민하고 선배들의 도움도 받으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